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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게임을 사랑하는 알하나입니다.

 

항상 나이를 핑계로 깡패 짓을 서슴지 않았는데, 이렇게 공손하게 인사하려니 조금은 어색한 면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 뭐, 오늘은 조금 차분 모드로 나가고 싶어서. ^^

 

생각해보니 게임이란 걸 간간히 해오기는 했었는데, 온라인 게임은 리니지가 처음이 있습니다. 지금은 여러 가지 이유로 다른 게임도 많이 해 보는 편이지만 그래도 리니지2를 많이 즐기고 있습니다.

 

이 세계에 발을 디딘 지도 10개월이란 시간이 지났네요. 처음에 할 때는 아무것도 모르고 모두 다 처음이고 혼자서 하는 사냥도 좋았었죠. 회사 다녀와서 주변 정리하고, 집안 일 하고 남들 다 잠들 즈음 비로서 나만의 시간. 내가 만들어가는 나만의 세계, 멀고 외로운 길을 혼자 달려가도 외롭지 않았답니다.

 

엘프 마을에서 장검을 사고 뛸 뜻이 기뻐하며 사냥을 가기도 하고, 한 번 파티 했던 이에게 좀 부족하지만 전 재산을 주고 펄션을 마련하기도 했습니다. 20레벨이 한참 넘었을 때인데 말이죠. 그렇게 바보스럽게 하는 것이 아니라지만 그래도 기쁘고 재미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많은 시간을 할 수는 없었지만 하루하루 지나면서 레벨이 오르면서 돌아다닐 수 있는 반경이 넓어지면서 하나하나 새로운 것들을 경험해 나갈 수 있었습니다. 스치는 만남들이라 한 번 만난 이들을 다시 만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었지만 다들 저 만치 앞서서 사라져 버렸다 해도 별로 아쉽지 않았습니다.

 

포기하지 않으면 천천히나마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믿었으니까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명확한 것 하나는 나만의 재미를 찾아 잘 해 나아가고 있다고 자신할 수 있었으니까요. 이렇듯 스쳐 지나가는 만남들 속에 그들을 만났습니다. 탑에서의 우연한 만남, 버프를 주며, 누군가를 돕는다는 것이 참 예뻐 보였습니다.

 

나의 생각과 같은 생각을 가진 이들도 아니었고, 내가 지금껏 만나 온 사람과도 내가 지금껏 살아 온 길과도 전혀 비슷한 길을 걷지 않은 사람들이었지만 어느새 같이 한 하루하루가 즐겁고 기쁘게 느껴졌습니다. 처음에 어떻게 적응할 지 몰라 어색하던 분위기도 반가운 인사 덕분에 훌쩍 날아가 버리고, 그다지 스릴 있지도 않은 초보의 어리숙한 이야기 몇 줄 덕분에 금새 친해질 수도 있었습니다.

 

혈 모임에 가서 게임 상에서만 보던 아이디의 실체들을 직접 만날 수도 있었습니다. 모습은 달랐지만 게임 속에서 읽을 수 있던 모습과 실제 모습이 별로 다르지 않다는 걸 알고 흠칫 놀라기도 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하였습니다. 게임 이야기만을 가지고도 밤을 샐 수 있을 것 같은 사람들. 기쁘고 즐거운 친구들이었습니다.

 

가끔은 누군가가 지켜보고 있다는 것 같은 느낌에 맘이 설레기도 하고, 든든한 백이 있는 것 같아 맘이 놓이기도 했습니다. 어디선가 눕더라도 혼자가 되지는 않을 것 같았습니다. 홀로서기에 익숙해서 성격상 해보지는 못했지만 어디선가 볼 맨 소리로 외치면 누군가 당장 달려와 줄 사람이 있을 것 같아 행복한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욕심도 생기더군요. 나도 이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었습니다. 레벨을 올리기 위해서 노력했습니다. 하루에 한 시간 좀 더 하던 것이 두 시간, 세 시간, 게임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늘어났습니다. 하루의 피곤만으로도 견디기 힘든 깊은 밤이었지만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다만 다음 날의 생활이 있기에 억지로 잠을 청했습니다. 회사에 가서 일을 하면서도 머리 속 한 구석에는 게임이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회사 일, 집 일, 게임까지 억척스럽게 소화해내느라 얼굴도 몸도 말이 아니었습니다. 내내 피곤하고, 졸리고, 매 순간 현명하고 명쾌한 결단을 내려야 하는 저의 판단력마저 흐려져가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불안한 생활이 폭파하기 일보 직전, 뭔가의 제동이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이대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그래서 몇 일 게임을 쉬어보기도 했습니다. 게임에 접속하지 않기 위해 책도 여러 권 보고, 음악도 듣고, 친구도 만나고, 술도 마시고. 맘이 편해짐을 느낄 수 있었지만 게임에 대한 미련을 쉽게 버릴 수는 없더군요. 그렇지만 잠시 동안 살짝 게임에 미친 내 자신을 확실히 볼 수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훼인 기질을 확인하며 잠시 웃음을 지었던 적도 있습니다.

 

그리고 조금은 너그러워진 마음으로 게임에 돌아왔습니다. 그리고는 좀 절제된 게임을 하기로 맘을 먹었습니다. 별로 달라진 것 없는 세상. 그 사이 혈에도 변화가 생기기는 했지만 여전히 나를 반겨 주었습니다. 뭐, 별 하는 것 없고, 도움 줄 것 없는 사람이었지만 반가워하고 기뻐하고 할 때마다 혼자가 아니어서 좋구나, 기뻤습니다. 그때 여러 친구들이 던지던 한 마디, 한 마디는 항상 힘이 되었고, 하루의 피곤을 날려 보낼 만한 큰 위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 친구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이 뭘까, 원래는 그리 수다스럽지 못한 성격이었지만 가능한 열심히 얘기했습니다. 내가 처음 이 사람들을 만났을 때 나에게 해 주었던 것처럼 새로 온 누군가가 기쁘고, 편안하게 만들어 주는 것, 이런 것을 해야겠다고 말이죠. 나이 차이가 10살을 훌쩍 넘는 젊은 친구들에게 부담을 만들어 주고 싶지는 않아서 은근히 조심도 해야 했습니다.

 

그렇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화도 조금씩 있었습니다. 재미를 찾아 떠난 게임 세상 속에서 미련스럽게 ‘재미’ 만을 찾는 나 자신에게 지치기도 하고, 뭔가 잡히지 않는 목표 때문에 막막함은 커져가기도 했습니다. 보이는 것이라고는 다들 크고 높은 것만을 찾는 분위기도 목을 죄어오는 사슬처럼 느껴집니다. 뭔가에 억매이기 싫어하는 성격인지라.

 

우리가 기쁘게 만나 즐거운 곳을 바라보며 함께 뛰었던 날 들이 있습니다. 그건 나의 기억 속에서도 그들의 기억 속에서도 잊혀지지 않을 것입니다. 잊고 싶지 않습니다. 그리고 함께 기울였던 술잔들과 기나긴 모험 이야기도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항상 머리 속에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지도 모릅니다. 그러다 어느날 마을 어귀 어디선가 잠시 스칠 일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제 알하나는 모험을 떠납니다.

 

진정한 모험의 세계로 말입니다.

 

*     *     *     *     *     *     *     *     *     *

 

요즘은 정말 바쁘군요. 게임을 모르고 살던 때의 모습으로 말입니다. 밤 늦게까지 일에 매달려 있었습니다. 게을리 하던 공부도 해야 했고, 정글에서 살아가기 위한 노력을 해야 했습니다.

 

밤 12시를 훌쩍 넘긴 시간, 그래도 내가 두고 온 그 세상이 있어 궁금하고 그리웠습니다. 늦은 밤 들어간 곳, 친구들과 인사를 했습니다. 친구가 되기에 나이가 문제라고는 생각하지 않았기에, 혈의 모든 이들은 알하나에게 친구였습니다.

 

혼자만의 망상같은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뭔가에 도움이 되기위해 어느새 바보스럽게 렙업만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정해진 장소와 정해진 순서에만 익숙해 있었던 터라 뭐 다른 것이 있는지도 알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헤츨링 퀘스트를 하면서 게임이란 것과 내가 찾던 재미에 대해서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나와 함께 했던 혈의 친구들이 알려줬던 많은 재미에 대해서.

 

원래 내 것이 아니었던 것을 주인에게로 돌려주고 나면, 알하나의 모습으로 다시 살아갈 수 있을 지 조차 확신이 없습니다. 그리고 이젠 어디서 눕는다고 하여도, 어려운 일이 있다 하여도 누군가 와 줄 이가 없을지도 모릅니다.

 

물론 두렵기도 합니다. 사실 늘 눕는 것을 두려워하고, 무시무시한 곳에서는 진짜 겁에 질렸었습니다. 그렇지만 모험이란 건 그런 것일 겁니다. 처음 아무 것도 모른 채 이 세계에 들어왔던 것처럼 다시 시작할 수 있겠지요.

 

P.S. 지금까지 알하나를 사랑하고, 여행기를 함께 읽어 준 친구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Written by 헬리우스 알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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