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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연휴 뒤는 힘들다.

새로운 하루에 적응하기가 평소보다 백만 배쯤은 어렵다.

 

“(나) 할롱, 리즈님.”

 

“(리즈님) 이제 왔구나.”

 

“(나) 리즈님, 나 오늘은 피곤하니까 구박을 하려거든 참아 주시와.”

 

“(리즈님) 창고에 가 보거라. 거기 택배가 하나 왔던데, 좀 찾아오너라.”

 

“(나) 왠 택배?”

 

“(리즈님) …….”

 

리즈님에게 모든 말을 다 들으려고 하면 무리이지.


아무튼, 창고에 가 보라니 가는 수 밖에. 창고에 다가가는데, 사람들의 시끌벅적함 대신 뭔가 ‘크르릉’ 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뭐지?

 

창고에 들어선 순간, 깜짝 놀랄 수 밖에 없었다.

 

“(리즈님의 캣 더 캣) 아~웅”

 

“(나) 아, 고양이다. 귀여운 고양이다. @.@”

 

이 놈이 ‘아웅’ 하면서 바라보는 건 나였다. 다른 사람이 아닌 나.

아…… 이것 때문에, 리즈님이 이걸 준비하고 있었구나.

나중에 한 마리 꼭 데려다 준다더니, 그 약속을 지키는 건가?

리즈님이 정말 약속을 지키는 건가? 믿어지지 않는다.

 

맨날 '심부름꾼'에 '촐싹대긴' 하며, 구박만 하던 리즈님이 맞단 말인가?

고생 끝에 성장을 한다더니 역시 전직을 하고 볼 일이다. 지금껏 본 리즈님이 아닌 듯. 간밤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내가 없는 새 게임 세상에는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바라던 고양이를 얻게 되어서 그런지 가라앉았던 기분이 하늘을 찌른다.

뛸 듯이 기뻐서 리즈님에게 달려가니 이 넘의 고양이도 쫄쫄 따라온다.

 

"크흐, 귀여워라. 야옹아 일루와."

 

리즈님은 마을 문 앞에 앉아 저 멀리를 응시하고 있는 듯 했지만, 달려온 나를 보고는 엷은 웃음을 짓는다.

 

“(나) 이 귀여운 놈은 언제 데려왔어?”

 

“(리즈님) 맘에 드느냐?”

 

“(나) 그럼, 맘에 들고 말고. 첨 봤는데도 날 아주 잘 따르던 걸. 귀엽다... 정말!”

 

“(리즈님) 그럼 네가 잘 보살펴 주거라.”

 

“(나) 리즈니~임!”

 

“(리즈님) 왜 그러누?”

 

“(나) 고맙다. 정말. *^^*”

 

리즈님은 가벼운 미소만 지을 뿐이다.

리즈님에게 달려들어 한껏 안아주고 싶었지만, 그러지는 못했다. 바보.

 

이 넘 이름은 뭐라고 해야 할까?

리즈님은 생각해 놓은 이름이 있으려나?

리즈님의 얼굴에 비친 미소를 보니 저 평화로운 상태를 굳이 방해하고 싶지 않다.

그냥 내가 정하는 거지.

 

즉석 작명, ‘냐옹군’.

 

이제부터는 냐옹군이 되는 거다.

잠시 신나서 마을을 돌아다니며 NPC 아저씨들과 노니라 정신 없었다.

 

“(나) 냐옹군 이리와.”

 

“(나) 냐옹군 저기 팻 관리인 아저씨랑 놀아 보자.”

 

애꿎은 팻 관리인 아저씨는 냐옹군의 장난에 잠시 허리춤을 움켜잡고 시름을 한다.

별로 아프지도 않을 것 같구먼 엄살은.

 

리즈님이 너무 기다릴 것 같아 장난은 이쯤 하기로 했다.

 

“(리즈님) 이만 출발하자꾸나. 해가 중천이다.”

 

“(나) 응, 리즈님. 오늘은 새로운 사냥터야. 무시무시한 괴물눈에 대해서 들어 봤어? 내가 오기 전에 찾아 봤더니…….”

 

전직을 하면서 들렸던 황무지 근처에서 괴물눈을 잡아 볼까 한다.

리즈님은 좋아하려나. 뭐 가봐야 알겠지.

어린 아이처럼 기뻐하며 들뜬 마음으로 떠나는 사냥 길이다.

 

리즈님의 선물...

과연 리즈님은 나의 존재를 얼마나 생각하고 있는 걸까.

선물 하나에 새삼스럽게 감격하는 ‘나’.

 

금까지 너무 힘든 시간을 보낸 건 아니었는지.

리즈님과 함께하는 생활이 과거의 때를 씻어낼 만 할 지는 잘 모르겠지만,

오늘부터는 본격적으로 리즈님과의 위저드 라이프를 즐겨보련다.

 

리.즈.님.라.잎!

 

Written by 헬리우스 알하나 2006.01.19.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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