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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게임을 하면서 게임이 아닌 사회를 보고있는 나를 발견한다.

게임을 하는 동안은 다양한 인간 군상을 만날 수 있다. 물론 그것이 게임의 면면이 드러나는 면만 볼 수 있는 한계가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그 속에서 많은 것을 보고, 느낄 수가 있다. 

어제는 걱정과 달리 30분 정도의 대기 끝에 파티에 참가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 알하나 렙대의 소드 싱어라면 파티 플레이를 하지 않고는 게임을 혼자 풀어가기는 거의 어렵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지맘대로형의 우유부단함

처음 접속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누군가가 알하나를 자신의 파티에 초대했다. 파티에 들어가니 정원 9명 중 알하나는 첫 번째 파티 원이 되는 셈 이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이 파장은 ‘탱이라도 해서 뛰어야겠다’는 말 만을 남긴 채 파티를 깨고 가버렸다. 잠깐 동안 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자신은 가겠다는 말을 해 주면 좋았을 것을. 

그리고 잠시간의 기다림 끝에 새로운 파티에 초대되었다. 이제 렙이 좀 높아지니 사냥터에 가기 전에 마을에서 필요한 인원으로 파티를 먼저 짜고, 그리고 사냥터에서 사냥을 하는 패턴이 이미 만들어져 있었다. 

그리고, 파티가 거의 구성 될 즈음, 아까 알하나를 놔두고 횡 하니 가버렸던 인간이 나타나서 귓말을 해 온다.
‘우리 파티가 다 구성되었으니 같이 가자…’는. 횡 하니 가버렸던 것이 괴씸하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생면부지의 새로운 파티나마 내가 속해있는 곳 이었다. 나는 ‘갈 수 없다’라는 말을 단호히 하였다. 그런데 이 인간, 계속해서 소싱님만 오면 된다는 타령이다. 오면 좋지 않느냐… 뭐, 그래도 ‘않간다’로 답했다.

게임 내에서 의리를 운운하는 것도 우습거니와 의리가 중요하거나 한 건 아니지만, 난 이러는 것이 맞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알하나의 기준에 있어서는.

다행히 우리 파티도 새로운 인원을 확보하여 사냥의 목적지인 거인의 동굴로 떠날 수 있었다. 알하나가 중간에 탈퇴를 하였다면, 우리 파티는 생각지도 않은 소싱 구인을 다시 시작해야 했을 수 있다. 

소심형 우유부단함

거동에서의 파티는 힐러가 한 명 뿐이었지만 생각보다 잘 돌아갔다. 워크라이어를 중심으로 하여 7명의 격수, 1명의 힐러, 이렇게 구성된 파티였는데, 격수 7명의 화력이 워낙 좋다 보니 탱커의 HP가 닳을 새도 없이 몹은 스르르 녹아 없어졌다. 물론 상황을 잘 파악하고 위기에 몰아넣지 않는 파장 덕분에 좀 극악한 조건이었지만 파티가 잘 굴러갈 수 있었다. 

우리가 뛰던 방은 거동의
‘운동장’ 이라고 불리는 곳 이었다. 넓기도 넓고, 몹도 많아서 보통 2파티가 영역을 나누어 함께 뛰고 있는 곳이었다. 가끔 옆 파티와 시비가 붙기도 하였지만 그럴 때 마다 파장인 워크라이어는 마치 네고시에이터라도 되는 듯 대표로 말을 하고, 문제를 풀어내곤 하였다. 알하나, 또 간만에 멋진 플레이어를 봤다. 흐믓 *^^*

그리고 중간에 전직을 위해 나타나 몹을 몰거나 하는 인간들이 하나씩 있어서 좀 혼란 스럽기는 했지만 그때마다 이 워크라이어는 그냥 답답해하는 법 없이 꼭 맺음을 하고 넘어가고 있었다. 답답해도 그냥 굼뜨고 있는 파원들과는 달리 명쾌하게 진행을 했으므로, 그의 물음에는 yes 혹은 no로 명쾌하게 대답을 할 수 있었다. 

이러던 중, 파티에 한 명 뿐인 힐러가 자꾸 딴청이다. 힐을 해 주지 않은 덕분에 격수 하나가 눕기는 했지만 금새 정상을 찾고 다시 파티는 잘 돌아갈 수 있었다. 이때에도 이 워크라이어는 힐러에게 군더더기 없이, 파티 창 잘 보고 파원을 잘 봐주라는 간단한 충고를 덧붙였다. 

그러던 중, 워크라이어의 친구가 눕는 사태가 발생했다. 전혀 위기 상황이 아니었으나 간단한 이유는 단지 HP가 떨어지고 있는데도 힐을 받지 못한 것에 있었다. 이쯤 되니 나도 기분이 좋지는 않다. 파티라는 것은 합주와도 같은 것. 조율하지 않은 현의 이상한 음은 음악 자체를 구기게 된다. 

결국 워크라이어와 그의 친구는 파티를 탈 하고, 마을로 귀환을 했다. 그는 물론 이렇게는 파티를 더 이상 할 수 없다는 말을 남기고 갔다. 마을에서 다시 파티를 짜서 오겠노라고. 

이건 언제나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파티 원의 반응이 참 재미있었다. 대부분
‘이렇게 파티를 깨고 가면 어떻게 하느냐’가 대부분의 의견이었다. 그리고, 힐을 주지 않은 힐러나 파장이었던 워크라이어 양쪽을 탓하기만 하는 부류도 있었고. 

내 의견이라면, 음,
‘정상적으로 파티가 진행될 수 없으니 마을로 돌아갑시다…’ 였다. 상황이 그러했고, 딱히 파장이 잘못한 바가 없었다. 그는 그 시점에 판단을 한 것이고, 적어도 내가 보기에는 옳은 판단이었다고 본다. 파티가 누수가 있는 경우라면 모두가 전멸을 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것을 개선해 보려고 노력을 해 보았지만 가망성이 없는 것이라면, 깨끗하게 새로 시작하는 것이 오히려 빠른 길이다. 

우리가 게임에서 만나 다른 사람의 렙 업이나 인생까지 책임져 줄 일은 없지 않은가 말이다. 굳이 누구를 훈련시키거나 괜한 정력을 쏟을 필요까지는 없는 것이다. 이 또한 게임의 cool 한 점이 아니었던가.

내가 재미있었던 것은 파장이 말하며 제시하는 의견에 미적지근하게 한 마디의 찬성이나 반대, 거들지 않았던 사람들이 뭔가 문제가 발생하니 그때서야 탓하기만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런 부류는 뭔가 사안에 있어서 의견은 제시하거나 대안을 제시하지는 못하지만 결정된 사항이 잘못되었을 때는 말이 많다. 어떤 의견에도 동의하지 않았으므로 뭔가가 잘못되었을 때는 심판자가 될 수 있다니.

게임이란 걸 하면서, 나는 오히려 현실보다 자유를 꿈꾸며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 점이 좋았다. 내가 내린 결정이 그리 바르지 않은 것이라고 해서 그리 큰 타격이 있는 것도 아니고, 남에게 큰 피해를 주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그런 면에서는 가상의 사회를 즐기는 일환이 될 수도 있고. 

그런데, 게임을 하다 스치는 인간의 면면에 있어서는 지나치리만큼 지독한 집착을 볼 수 있었다. 또 한 면으로는 무책임한 면면도 많이 볼 수 있었고. 게임 속에서 만이라도 한번 호쾌하게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할 수는 없는 것일까. 

역시 현실의 자아가 게임 속에서도 여실히 드러날 수 밖에 없는 걸까

 

Written by 헬리우스 알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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