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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시 모임이라

 

어제 저녁 와인을 마신 탓인지 머리가 맑지는 않다. 더군다나 저녁 늦게까지 계속 먹어대고. 아침을 먹을 만한 상태가 아니다.

 

일요일 날 나홀로 외출은 쉽지 않은 기회이다. 얏호 *^^*

준비를 하고 나서는 길, 모레로부터의 전화. 누나 어디에요? 나 지금 나가는 길이지

10 11. 버스와 전철을 타고 도착한 롯데월드, 약속 시간에 11분 지각. 모레만이 지하 광장 원형 분수 곁에 앉아 있었다.

 

20분쯤되니 들꽃이와 사탕이도 도착. 오늘 올 사람을 챙겨보니, 평택서 출발하는 공쥬, 아침에 일이 있다는 스타를 제외하고는 모두 참석한 것 같다. 속초에서 서녕이도 온다는 말에 어렵사리 일요일 시간을 내었건만. 오늘은 기회가 되지 않는가 보다.

 

알하나는 사실 우선 음식으로 취급하지 않는 롯데리아였지만, 네 사람의 아침을 해결해 주기에는 더 없이 좋은 장소였다. 알하나는 커피, 그리고 이상한 델리파우치를 시켜 놓고, 게다가 닭 튀김까지 역시 한창 먹을 때 인가보다.

 

따뜻하리라는 예상과는 달리 냉랭한 델리파우치는 반 이상을 먹을 수가 없었다. 그래도 생각 보다 커피가 좋아서 두 잔이나 마시고, 아침부터 수다 모드에 돌입했다. 7섭의 상황도 듣고, 혈전 얘기도 하고, 헤르페스 라인의 현 모임에 다녀왔다는 모레를 놀려먹기도 하고. 거 남의 현 모임에는 왜 갔다니? 뭐 모레 손가락에 금색으로 반짝 빛나는 무언가가 있었다는 말은 굳이 하지 않을 란다.

 

아침을 해결하고는 공쥬가 오기까지 바깥 산책을 하기로 했다. 롯데월드 바깥에 있는 석촌호수. 알하나가 어릴 적 자주 와서 놀던 곳. 사실 잠실은 거의 손바닥이다. -_-;

 

그 사이 많이 바뀌기는 했지만 호수가 어디 가거나 한 것은 아니어서, 오랜만에 한가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날도 따뜻하고, 볕도 좋고, 호수 한 가에서 난간에 매달려 오가는 오리 때를 잠시 괴롭히기도 하고, 혈 친구들의 이야기도 듣고, 뭔가 게임을 더 재미있게 풀어갈 수 없는지 물어도 보고.

 

채팅 창으로만 얘기할 때와는 또 다른 기분이다. 실시간으로 얼굴 보면서 물어볼 수도 있는 것, 그리고 다양한 얘기도 들을 수 있고, 난 현모가 좋다. 게임 얘기는 해도해도 질리지가 않는지. 눈 앞에는 팽이처럼 돌면서 좌우로 운동하는 무식한 놀이기구가 하염없이 돌아가고 있다. 들이는 앞으로는 현 모임을 레저를 즐길 수 있는 모임으로 만들자니 어쩌자니 미래에 대한 계획으로 여념이 없다. 암도 대꾸 않함. ㅋㅋ

 

시간은 빨리도 지나간다. 공쥬가 롯데월드로 도착했다고 한다. 다시 걸음을 옮겨 안으로 들어가 공쥬를 만났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맞다 공쥬 말대로 귀여운 영심이 *^^* 공쥬를 데불고 이동한 곳은 아이스링크이다.

 

5명 표 끊고, 장갑도 있어야 탄단다. 사실 국민학교(요즘은 초등학교라지만) 4-5학년 정도인가 스케이트를 타고는 얼음에 대한 기억이 없었다. 아마 그때는 제대로 서기도 힘들었었던 것 같았는데, 점점 후회 막심이다. , 겁은 주지만 그래도 일단 하기로 한 것은 한 판 거하게 해 주는 알하나. 그래도 걱정은 된다.

 

들어가자 마자 공연과 얼음 다지기 작업으로 30분간은 그냥 대기하며 있어야 했다. 그 사이 스타도 오고. 스타는 끝내 스케이트를 신지 않았다. 이 알하나도 신는 것을 -_-;

 

아이스링크에서 모레한테 매달려 한 바퀴를 도는데, 꼬마 넘들 쌩쌩 달려가는데 정신 차리기가 힘들다. 앞 사람 신발 밖에 보이는 것이 없다. 모레 이 넘은 한 바퀴 돌아주더니 슬그머니 도망간다.

 

쩝 모레한테 민폐도 그만, 어짜피 혼자 잘 하는 알하나, 홀로서기를 하기로 하였다. 그래도 오래 전이기는 하나 인라인 스케이트를 연습해서 인지 얼음판 위에서 넘어지지 않을 정도만은 간신히 되었다. , 인라인 탄 것이 이런 때 도움이 될 줄이야.

 

한 바퀴 돌고, 숨 가다듬고, 또 한 바퀴 돌고 쉬고 이런 반복이기는 했지만 한 바퀴 돌 때마다 새로운 목표가 생겨 재미있었다. 몇 바퀴를 도니 적어도 사람 피하는 것 하나 정도는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도 스케이트를 신은 발은 영 불편하고 피곤했다.

 

사탕이랑 공쥬랑 이쁘게 타고 있고, 들이는 누구 꼬장질 할까 실실 웃으며 타다가 몇 번 넘어지고, 왕년에 스케이트를 특별활동?으로 했다는 모레에게는 사람 득실대는 아이스링크가 좁아 보였다. 스타가 있는 곳은 우리들의 일종의 불펜과 같은 곳. 돌다가 와서 물 한 모금 마시고, 다음 바퀴를 도는데 잠시 충전을 하고 가는 곳 이었을까.

 

스케이트를 타고 자리를 옮긴 곳은 코엑스. 메가 박스에서 일단 영화표를 예매하고, 점심을 먹기로 했다. 계속 밥 타령을 하던 스타는 이쯤 가니 더 이상 밥 얘기도 하지 않는다. 하하, 먹는 거 중요한 거지.

 

뭔가 볼 영화를 찾았는데, 다 시간이 애매하다. 나비효과, 노트북, 오페라의 유령, 이프온리, 발레 교습소 모두 시간이 넘 늦어서 결국 발레 교습소란 영화를 보기로 했다. 사실 우리에게는 이 영화에 대한 정보가 하나도 없었다. 공쥬가 무슨 주인공이 3명인 일본 영화그리고 괜찮은 평 정도가 우리가 아는 전부 였다.

 

점심을 먹고 시간을 재촉하여 극장에 들어섰다. 자리 잡고 앉아서 보는데, 왠 예고 편이 이리 길담하고 있을 즈음, 우리가 보고 있던 영화가 예고 편이 아닌 우리가 선택한 영화라는 사실을 인지하게 되었다.

 

윤계상이랑 김민정이 나오고 발레를 전공한 도지원이 교습소의 선생으로 나오는 발레 교습소가 우리가 보고 있던 영화였다. OTL.

 

고양이를 부탁해에서 이 시대 20대 여자 아이들의 고민과 방황을 멋지게 그려내었다고 말한다면, 발레 교습소는 20대 남자 아이들의 이야기 같은 류였다. 멋진 샷이나 의도된 라인이 있거나 한 영화는 아니었지만, 그 시기의 아이들의 고민이란 것은 사실 시간이 지나고 나이가 들어도 계속 고민하게 되는 내용이 아닌가 싶었다. 물론 고민의 깊이나 방향이나 이런 것은 계속 달라지지만, 이 나이 먹어서도 내가 어딜 바라보고 살고 있는가 하고 질문을 던져 본다면, 그 방향성이 썩 투명하지 않다는 거지.

 

눈물을 자아내려는 듯한 배경 설정이나 형수님은 19에서 보여준 윤계상의 연기, 아일랜드에서 보여준 이미지를 그대로 표출하려는 김민정의 허탈한 대사는 조금 식상하기는 했지만, 나 혼자서는 절대 볼 수 없을 것 같은 영화를 보게 되어 나름대로 재미있게 볼 수 있었다. 게다가 영화를 보고 난 뒤 마치 쉘위댄스를 본 듯한 잔잔한 여운까지 느끼게하다니. 초반에 절망한 영화 치고는나름대로 재미있는 시간이었다고 할 수 있다.

 

영화를 보고 나니 시간은 이미 6 넘어서고 있었다. 다른 때는 주로 저녁에 만나서 저녁과 술 타임을 했었지만 나름대로 색다른 모임이었다. 알하나는 집에 가기 위해 파하고.

 

나중에 들으니 나머지는 저녁 대신 맥주를 마셨다고 한다. 무식한 넘들 밥은 먹고 뭘 하던지 먹던지 하지. 역시 젊은이 좋긴 좋은가 보다. *^^*

 

하루 동안의 잠시간의 일탈, 그리고 만난 혈원들. 많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얼굴을 보고, 얘기를 나눌 수 있었던 좋은 시간이었다.

 

다들 또 생활 속에서 열심히 살라고. 이번 한 주도 파이팅!

 

Written by 헬리우스 알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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