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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즈님) 왜 이제서야 왔누? 물어볼 게 있다.”

 

웬일이래, 리즈님이 나를 다 기다리고. 리즈님 요즘 나를 많이 놀래 킨다. 하여간 리즈님 연구 대상이다.

 

“(나) 뭐가 궁금한데?”

 

내 낮에는 성에 있다 보니 저쪽 옆에 왠 우락부락한 오크 사내가 나를 주시하고 있는 것이 느껴지더라. 내 어디 원한을 살 만한 일은 하지 않는 터인데, 그 사내는 왜 나를 그리 원망하듯 바라보고 있는지 알 수가 없구나.

 

아뿔사! 그럴 수 밖에 없지. 생각하지 못한 일인데, 리즈님 의외로 민감한 것 같다.

 

“(나) 그 사내는 원래 한 왕국의 수장이 될 만한 꿈을 지닌 이였거든. 그런데 그 꿈을 이루지 못하고 있으니 감정이 좋지 않을 수 밖에.”

 

“(나) 뭐 그런 것에 다 신경을 쓰고 그런데? 리즈님 답지 않네.”

 

그의 이름은 ‘스카’.

 

오크의 현란한 스킬과 그 카리스마에 푹 빠져 있던 나!

 

한때 오버로드를 목표로 함 키워보려다가 레벨 7이 되어 ‘힐’ 조차도 없다는 것을 깨닿고 좌절한 캐릭터이다. 사실 이 오크 사내가 입고 있던 마력셋과 들고 있던 펄션, 이거 모두 걷어다가 리즈님에게 드린 거다. 아무래도 리즈님에 대한 원망이 조금은 서려있을 수도 있을 듯.

 

사실대로 설명했다간 리즈님 존심이 무지 상할 듯 하므로 그 사연을 말할 수는 없었다. 폼 하나로 사는 리즈님, 난 리즈님이 그 폼을 잃는 것은 보고 싶지 않다.

 

“(리즈님) 그런데, 저 멀리 한 구석에 왠 아리따운 여인네가 슬픈 눈을 하고 서 있던데, 차림도 예사롭지 않고, 가녀리고 생김새도 달라 이곳의 여인이 아닌 듯 하더라. 그 여인에 대해 혹시 아는 것이 있더냐?”

 

'흠, 뭐야. 진짜로 묻고 싶었던 건 이거 아냐?'

 

여인네에게 관심을 갖다니.

가녀린 여인네란, ‘알하나’를 말하는 거 아냐?

헐, 하나 누나를 궁금해 하다니... 하기야 리즈님 아닌 누구라도 관심이 없을 리가 없지.

그 여인네가 그러고 서 있는 데에는 많은 사연이 있다.

간단하게 설명하기는 힘들지.

 

“(나) 차림이 예사롭지 않은 건 비교적 높은 지위에 있기 때문이며, 생김새가 다른 것은 그녀가 엘프이기 때문이죠. 리즈님 엘프 몰라?”

 

“(리즈님) 아, ‘엘프’라... 들어는 봤다. 저 멀리 아덴 대륙에 세계수 나무가 있는 어디라나, 책에서 봤는데 성 밖에는 여러 종족이 있다고 하더라. 그건 그렇고 슬픈 사연은 뭔고?”

 

“(나) 한 가지 분명한 건, 그 여인네와 리즈님은 아마 영영 만나기 힘든 걸. 관심 끊으시지요. 그리고, 더 이상 설명하기 싫사와.”

 

“(리즈님) -_-ㆀ”

 

‘명령’도 아닌, 흔치 않은 리즈님의 ‘요청’을 일언지하에 거절하다니, 나는 정말 간도 커.

 

한 번 이상 물어보는 법이 없는 리즈님, 그 넘의 자존심 때문인지 더 묻지 않는다.

리즈님한테 튕기면 왜 내가 더 불편한 건지.

역시 튕기는 것도 아무나 하는 게 아닌가 보다. 에라 모르겠다.

 

"(나) 사냥이나 하러가요!

 

리즈님, 오늘도 사냥터를 향해 달려간다.

 

Written by 헬리우스 알하나 2006.01.11.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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