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섬이라는 공간은 남의 눈에 띄지 않는 곳이라 혼자 틀어박혀 있기에 좋다.
가끔 나타나는 불청객만 뺀다면...’
늦은 밤, 리즈님을 만나러 가는 길, 가슴이 뛰기 시작하는 시간이지.
리즈님을 모시고 간 곳은 말섬 북쪽 평원의 ‘스톤헨지’.
무시 무시한 거대 거미의 안식처 이기도 한 이곳은 끊임없이 거미가 나오는 곳이다. 스톤헨지라는 이름은 돌 기둥으로 둘러싸인 모습이 비슷하여 내가 그렇게 불러 봤다.
주변에는 늑대 인간 부족장이나 돌골렘 같은 괴수들이 나타나기는 하지만 리즈님은 별 흥미가 없는가 보다. 거미만 줄창 때려 잡는 것이 집안에 거미와 무슨 원수라도 되는가 봐.
돌 기둥으로 둘러싸인 이곳은 아마 17렙 이상의 법사에게는 안성 맞춤인 곳일 것이다. 리즈님을 이 곳으로 안내하면서도 나름대로 뿌듯했거든. 피로를 많이 타지 않으면서 사냥도 하고, 이리 저리 뛰어다니는 수도고 하지 않아도 되니 까탈스러운 리즈님이라도 이 정도의 장소를 마다할 리는 없을 것이다.
리즈님은 중앙의 바위 위에 폼 잡고 앉아 거미 사냥을 시작했다. 게다가 ‘상점신공’이라는 신 기술도 배우셔서 무쟈게 빠른듯한 스피드로 거미를 공략해 나갔다. 사실 빠른듯하게 보이는 거지 전체적인 차이는 별로 없는 듯하다만, 리즈님은 나름대로 기뻐하고 있는 것 같았다.
바닥에 쌓여가는 아덴을 보며, 중간 중간 장화나 장갑도 툭툭 떨어지고, 번쩍번쩍 빛나는 아덴을 보자면 잠시 행복감에 빠지기도 한다. 물론 이거 나중에 한꺼번에 주우려면 그것도 일이긴 하지만 시간이 멈추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푹 빠져있었다.
이게 어제까지의 상황이다.
그런데 이 곳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나면,
“크리티컬 히트!”
“1067 대미지를 주었습니다.”
오호, 리즈님의 마공이 갈수록 높아지는 구나. 잘 받들어 모셔야지 잘못했다간 저 윈드 한방에 내가 갈 수도 있다.
빠른 리젠으로 몹사의 위기를 여러 번 넘긴 이 스톤헨지,
어쩐지 어제와 다르게 거미가 통 나타나질 않는다.
리즈님이 너무 열나게 잡아대서 그런가?
리즈님 슬슬 지겨워 하는 눈치가 뵌다.
리즈님이 어제 너무 유세 떨면서 거미를 잡는 것을 혹여 영자가 보기라도 했단 말인가?
분명 누군가의 시기와 질투가 짬뽕이 되어서 일지도 몰라.
그 와중에, 전사 두 넘이 와서 리즈님의 아덴과 아이템들을 먹자 해 가는 거다.
“(나) 두 제군들 스탑!”
“(나) 지금 멋 하는 것이여?”
“(쌍검**, 휘둘** 두 먹자) …….”
“(나) 배토 놓고 가시오.”
“(두 먹자) *#&)$*!^)*#&$t--t”
흠, 처음에는 상관 없겠거니 하고 널린 돈 좀 집어갈 수도 있겠으나, 이 두 전사는 말을 했는데도 서로 말을 주고 받더니 계속해서 집어가는 거다. 이로서 바닥에 깔린 돈은 두 먹자 전사가 다 집어 가 버렸다.
“(나) 저것들 뭐야, 우씨 열 받아. 리즈님은 화나지도 않아?”
“(리즈님) 돈 몇 푼에 그리 촐싹대누. 전사들이 살기가 어려운가 보다. 오늘은 그냥 남에게 베풀었다고 생각해라.”
“(나) -_-ㆀ 금쪽같은 내 아덴…….”
우씨, 리즈님은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는 건지.
내가 베풀려면 내 발로 가서 베풀지 왜 저런 넘들한테 베풀어야하누.
돈이란 건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는 영 없는 거라구.
아덴 월드 물정을 몰라도 넘 몰라.
이제 곧 전직이 눈 앞인데, 리즈님은 아무런 걱정도 없다.
아덴 한 푼이 귀한 때구먼, 이 넘의 귀족 나리는 자기 주머니 사정은 생각지도 않고 여유를 떨고 있다. 맨날 인벤을 쳐다보며 한숨을 쉬는 것은 온전히 내 몫이 되었다. 폼생폼사 리즈님, 돈 걱정을 시키고 싶지는 않은데, 전직에 맞춰 리즈님 체면에 걸 맞는 옷과 장비를 대기 위해서 난 또 얼매나 뛰어야 하는 걸까.
리즈님은 이런 사정을 눈곱만큼이나 알고 있는지 몰라.
'리즈님, 힘을 보여주세요.'
Written by 헬리우스 알하나 2006.01.16.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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