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반골기질 가득 리즈님은 항상 한 것도 별로 없는 것 같은데 쉽게 피로해 한다.

'항상 나 기력이 없다, 쉬련다' 이러고 자체 파업하지를 않나.

 

이거 내가 게임을 하는 건지 왠 귀족 놈을 받들어 모시고 있는지 슬슬 의문이 피어 오른다. 게다가 얼매나 허약체질인지. 거미 두 마리에게 한꺼번에 공격을 받거나 윈드가 실패라도 한다면 물약까지 먹으면서 튀어야 한다.

 

그것도 거들먹거리면서 뛰는데, 당근 귀족 걸음, 엄청 느리다.

 

좀 앉아서 엠탐이라도 할라치면, 이놈의 거미들 와서 툭툭 치는데, 리즈님이 '슬립' 주문을 알았더라면, "귀찮아"하고 재우고 말았을 것이다. 

 

아아, 초강력울트라귀챠니스트 리즈님은 역시 모시기에 쉬운 상대는 아니다.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리즈님을 영접할 태세를 완료하고 아덴 월드로 접속했다. 

 

리즈님 오늘도 변함없이 사냥터로 달려갈 태세이다. 이제 렙도 하나씩 오르고 있는데, 리즈님은 뭔가 좀 달라져야 한다는 것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리즈님, 아덴 월드는 남들과 함께 파티라도 짜고 나아가야 하는 세상 이라구.’ 정말 크게 소리 지르고 잡다.

 

오늘은 좀 꼬셔봐야지.

 

“(나) 리즈님, 우리 오늘은 튼튼한 전사 하나 불러올까? 몸빵 뛰게 하면 나름대로 재미가 솔솔 인데.”


“(리즈님) …….”


“(나) 요즘 전사들도 혼자 살기 어렵데, 리즈님의 하늘과 같은 도움이 필요하다나 뭐라나.”
“(리즈님) 그럼 한 명 데려와 봐라.”

 

어라 순순히 풀리네. 괜히 쫄았잖아.


기회는 찬스다. 재빨리 채팅 창에 외치기를 했다.

 

“(나) !힐러가 1:1할 전사 분 모십니다.”

“(채팅 창) 아무개 전사: 힐러 렙이 어떻게 되는데요?”

“(나) !17인데요.”

 

“(리즈님, 버럭) 어려운 놈 있으면 좀 봐준다고 한 거지 어디다 사정을 하고 있는 거냐.”

 

“(리즈님) 나 그런 거 안 한다.”

“(나) -_-ㆀ”

 

흠, 아닌 줄 알았는데 채팅 창도 보고 있었던 것이다. 항상 하늘만 바라보고 있는 줄 알았는데. 리즈님, 은근히 볼 거 다 보고 있었던 거다.

 

“(채팅 창) 아무개 전사: 거기 어딘데요?”
“(채팅 창) 아무개 전사: 어디냐고…….”
“(채팅 창) 아무개 전사:
*@&(@#%ㅗㅗ!”

 

그래도 오늘은 뭔가 좀 될 것 같았는데, 이 넘의 귀족 넘, 금새 싹 바뀌니 나도 은근히 화가 난다.

 

“(나) 이래서 언제 위저의 길로 갈수 있겠어! 맨날 고상만 떨고 앉아 있는 너 땜에 맨날 기사처럼 대기하고 있는 나는 보이지도 않누?”

 

“(나) 니가 앉아서 엠탐한다고 우아 떨고 있는 동안 소설책 한 권 벌써 다 읽었다. 내가 비록 대륙을 저버리고 나왔지만 나도 한때 화려한 시대가 있었다고. 언제까지 이 섬에서 계속 네 비위나 마치면서 썩고 있어야 하는 거냐구. 네가 대륙을 알기나 해. 네가 게임을 알기나 하는 거냐구! $!*^)~*&@*!^#. ”

 

“(리즈님) -_-ㆀ”

 

속사포 같이 뱉어내고 낸 말, 리즈님은 잠시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다시 하늘을 바라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윽박지르듯 말했지만 사실은 나도 게임을 잘 모른다.

 

그냥 머리 속에 생각만 하고 하지 말았어야 할 말이었는데, 기질은 숨길 수 없는지라 결국은 쏟아내고 말았다. 아...... 리즈님, 뭔 대꾸라도 해주면 좋을 텐데, 아무 말도 없다. 더 무섭다. 틀린 말도 아니었는데 오히려 내가 미안해 진다. 이 기분 뭐야. 정말. -_-ㆀ

 

‘엠탐이나 실컷 해라.’ 하고, 자리를 일어났다.

화면 속의 리즈님은 여전히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

시원한 주스 한 잔을 가지고 다시 자리에 앉았다.

내가 좀 의기소침해져 있는 것이 조금은 걸리는가 보다.

 

갑자기 리즈님 일어서더니 정중하게 인사를 하는 것 아닌가? 말이 필요 없는 소셜 액션.

 

‘저 인사는 사과의 의미?’

 

그러더니 은은한 말섬의 배경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는 것이다. 춤은 도대체 언제 배운 거지. 맨날 혼자 고상 떠는 것이 영 거짓은 아니었구먼. 블루스 조차 잘 못하는 나에게 춤이란 것은 압박이며 막연한 동경의 대상일 수 밖에 없었다. 리즈님이 새삼 달라 보인다.

 

맨날 이것 저것 주문만 많고 몹 편식에 까탈스럽기만 한 줄 알았는데, 의외로 숙녀를 배려할 줄 아는 신사적인 구석도 있는 것 같다. 파티 장의 귀공자 같은 멋진 인사 한번에 기분이 금새 풀리다니. 난 속도 없지.

 

그래서 우리는 또 다시 고독한 사냥을 시작했다.

1:1 하거나 파티를 하는 것은 다른 좋은 방법을 찾아봐야 할 것 같다.

 

리즈님의 댄스를 언제 또 볼 수 있을까, 또 한번 화를 내 볼까나. 아니지, 후회할 일은 자초하지 말아야지. 댄스를 해도 엠탐이 효율적으로 되면 얼마나 좋을까? 법사들이 사냥터에서 엠탐한답시고 다들 춤을 추고 있다면, 겁나리 정신 없을까나.

 

아무튼, 오늘도 리즈님의 고독한 라이프는 계속된다. 

1:1은 커녕 던전에서 파티 플레이를 안 하는 것은

아마도 '던전의 칙칙함이 리즈님의 분위기와 맞지 않다고 생각해서' 거나

'남들 힐 해주는 것이 아니꼬워서' 일지도 모른다.

 

뭔가 계기가 필요해. 나도 말섬 던전 구경 좀 하고 싶은데, 리즈님 체면도 손상되지 않고, 던전 구경도 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필요하다.

 

Written by 헬리우스 알하나 2006.01.09. 13:20

반응형

'알하나 스토리(리니지2) > 리즈님 라이프' 카테고리의 다른 글

9. 1:1 하기  (0) 2016.03.30
8. 비운의 캐릭터  (0) 2016.03.30
6. 비위 맞추면서 게임하기  (0) 2016.03.30
5. 운명대로 산다는 것  (0) 2016.03.03
4. 말섬에 자리를 닦다  (2) 2016.03.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