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누군가를 바라본다는 것은
마냥 즐거운 일인줄로만 알았다
하나 씩 알게 되고 익숙해지는 것
알지 못하는 세계에 대한 막연한 기대
바라보니 바라게되고 안타까움이 늘어간다
감정이란 건 마음 먹는대로 되는 것이 아니더라
바라본다는 것이 괴로운 것인지 알지 못했고
함께할 수 없다는 것이 고통이 되는 것인지 알지 못했다
아프다는 것이 무엇인지 이제야 알겠다
이렇게 아플 줄 알았다면 처음부터 만나지 말 것을
......
늦은 밤, 리즈님을 만나러 가던 그 시간은 언제나 가슴이 뛰었었다.
가능하면 기쁘고 즐거운 모습으로 가고 싶었고,
리즈님을 만나는 그 순간은 하루의 피로가 다 풀리는 것 같았다.
오늘도 리즈님은 여시 같은 실렌과 함께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사실 이젠 리즈님에게 나라는 존재가 별로 필요한 것 같지도 않다.
좀 까다로운 리즈님이지만 그 한 마디의 부탁이라도 기쁨이 되었었는데, 이젠 더 이상 리즈님의 부탁이 없다. 척척 알아서 한다고나 할까. 난, 나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리즈님만을 기대하고 있었는지 모른다.
리즈님의 독립을 축하는 하지 못하고, 의존적으로 만들려고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그런 마음을 가져서는 안 되겠지.
습관적으로 주머니 속에 돌을 만지작 거렸다.
한 낯 허망한 속임수일지도 모르는 주문이지만
주문이 이루어지면 리즈님에게 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리즈님 옆에 설 자리가 없는 것 같다.
무슨 미련이 있다고, 결정도 못 내리는 바보.
실렌과 함께 네크로폴리스로 간다는 리즈님을 끌어 잡아 도마뱀 습지로 향했다.
“(나) 매끈한 도마뱀 많어. 거기 가서 잡자.”
“(리즈님) .......”
“(실렌) 호호, 매끈한 도마뱀, 말이 재미있어요. 우리 잡으러 가요.”
'말이 재미있기는, 넌 뭐든지 그렇게 재미있누. ㅡㅡ^'
이 상황이 재미있다니, 게다가 난 너 한테 말하지도 않았단 말이다.
언제부터 내 말을 실렌이란 년이 팍팍 채 간다.
리즈님 또한 별 말이 없다. 썩.을.
이벤트 텔 고냥을 따라 간 도마뱀 습지는 의외로 한적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전사인지 무엇인지 몹을 하나 잡으면 그 일당이 한꺼번에 리젠이 되는 것 아닌가. 덕분에 리즈님은 뭔 힘쓸 겨를도 없이 눕기를 반복했다.
쩝, 아무래도 이곳은 전력이 좀 더 보강되어야 할 곳이다. 그 와중에도 발 빠른 실렌은 사쁜 사쁜 뛰어 위기를 극복하고 있었다. 내가 억지를 써서 끌고 온 사냥터에서 그녀가 말한 네크로폴리스로 무대를 바꾸어야만 했다.
리즈님을 일으켜 세우는 것도,
리즈님을 데리고 다른 사냥터를 찾아가는 것도,
리즈님과 다정히 이야기하는 것도 이.미.나.의.몫.은.아.니.다.
리즈님 곁에 더 가까이 서 있는
아니 리즈님 곁에 있을 수 있는 그녀의 몫인 것 같았다.
그녀의 흠을 잡아보려고 했던 것도, 리즈님에게서 떼어놓으려고 했던 것도, 무리하게 사냥터를 바꾸어보려는 것도 모두 억지로 밖에 느껴지지 않는다. 아름답고, 착하고, 게다가 리즈님도 좋아하지 않는가.
돌아보니 우습다.
리즈님과 나 사이의 연결고리가 무슨 다른 것이 있었던가.
왜 좀 더 솔직하게 다가가지 못했는지 그런 사소한 것들은 이미 다른 이의 것이 되어있었다.
습관적으로 주머니 속의 돌을 꺼내 보았다. 이젠 부질 없는 짓이야.
정말로, 정말로 맘에 들지는 않지만 그녀는 리즈님에게 있어 소중한 존재 같았다.
게다가 리즈님의 눈빛이란… 항상 허공을 향하던 눈빛은 완전히 그녀에게 꽂혀있었다.
함께한 시간이란 게 있건만, 이런 건 시간으로 될 문제는 아닌가 보다.
한때 다정한 듯도 했던 리즈님이 이젠 영 딴 세상의 사람 같다.
무뚝뚝하고, 조금 거만하긴 해도 가끔은 따뜻한 눈빛을 주곤 했는데.
새 하늘이 밝아질 무렵 그녀는 먼저 가봐야 한다며 리즈님에게 굿 바이 키스를 하고 떠났다.
둘은 헤어질 때도 애뜻하고나. -_-ㆀ
편하지 않은 시간. 함께 있어도 어색하다. 전엔 이러지 않았었다.
리즈님도 쉬고 싶어하는 눈치다.
그래도 이것만은 꼭 물어봐야 했다.
“리즈님.”
“왜 그러누?”
“그녀를 좋아하는구나?”
“…….”
“많이 좋아해? 그런 얘기 정도는 나한테 해 줄 수도 있잖아.”
“그녀를 만나고 요즘 사는 게 재미있다.”
“그렇구나, 참 좋아 보였어.”
“싱겁기는, 그게 물어보고 싶었누?”
“응, 그냥…….”
그녀를 만나고 사는 게 재미있다니.
어쩌면 처음부터 난 리즈님의 상대가 될 수 없었던 것일까?
리즈님에게는 리즈님에게 어울리는 짝이 필요했는지도 모른다.
바보 같이 헤매고 있는 내가 멍청했을지도.
운명이란 게 있는 것인지.
사실 확인하지 않는 것이 더 좋았을지도 모르는데.
두 사람 사이의 걸리적거리는 존재로 자리잡은 내 모습을 보니
더 이상 이렇게 있을 순 없을 것 같다.
게다가 리즈님의 생각까지 들었다.
이젠 리즈님을 놔.줘.야.하.나.
내 미련 때문에 리즈님을 구속하는 짓은 더 이상 할 수가 없을 것 같다.
저 멀리의 여명의 빛이 몰려오건만 나의 밤은 계속 된다.
Written by 헬리우스 알하나 2006.02.13. 17:46
'알하나 스토리(리니지2) > 리즈님 라이프' 카테고리의 다른 글
28. 리즈님의 독백 1 (0) | 2016.03.30 |
---|---|
27. 사랑은 봄비처럼 이별은 겨울비처럼 (0) | 2016.03.30 |
25. 좌절 금지 (0) | 2016.03.30 |
24. 봄날 같은 그녀를 만나던 날 (0) | 2016.03.30 |
23. 인형의 꿈 (0) | 2016.03.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