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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V 62)

 

요즘 생각하고 있는 황당우계(荒唐愚計; 황당하고 우스운) 스토리 텔링의 2번째 이야기다.

뭐, 알하나의 생각과는 달리 다들 넘 심각하게 받아들인다. ㅡㅜ

 

이젠 아침 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분다.

 

뜨거운 태양의 계절이 가고, 남자의 계절이다. 외로운 늑대들이 여우 목도리를 준비할 수

있는 마지막 찬스의 계절이라고도 할 수 있다.

 

소심한 플레이어는 과연 사랑 고백을 할 수 있을까?

 

요즘은 남녀가 만나서 헤어지는 일주일에서 한 달도 충분하다고 한다. 그 사이에 A에서 B

까지는 무난하게 가고, 심지어는 C까지도 간다고 하는데. 그렇지만 우리의 소심 플레이어

들은 '좋아한다'는 그 말 한 마디를 때는 것 조차 쉽지가 않다.

 

* * * * * * * * * * * * * * * *

 

여기 한 남자가 있으니.

“1년 넘게 바라만 봤어요. 그녀에게 내 마음을 보여주고 싶은데. 그런데, 좀 더 기반을 마련

하고 그녀에게 얘기를 해야 할지, 내가 고백을 하면 그녀는 어떤 반응을 보일지, 제 자신이

너무 초라해 보이고, 그녀를 바라만 보고 있기에는 너무 불안해요. 그녀에게 내 사랑을 고

백할 수 있을까요?”

 

평범한 직장인, 소심한 우리의 플레이어.


따분하고 한가로운 그에게 봄 향기 같은 존재가 있었으니 그건 같은 혈에 있는 2살 아래의

동생이란다. 워낙 조용하게 플레이를 하는 타입이라 그런지 1년이 넘은 지금도 그의 존재

는 희미하다. 반면에 상큼 발랄한 그녀는 약간의 애교와 명랑한 말투로 항상 인기 만점이

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녀의 은근한 깐깐함으로 별다른 남자 친구가 없다는 것 만을

알고 있을 뿐이었다.

 

맞다. 바라만 본다는 것은 너무 슬픈 일 같다.

 

게다가 옆에서 나서는 늑대들로부터 그녀를 보호할 의무감까지도 살짝 피어 오르긴 하지

만 자신감이 없다니 안타까울 뿐이다. 표현하지 못하는 그의 마음을 그녀가 어찌 알 수 있

냔 말이다.

 

그래서 알하나가 한번 고민을 해 보기로 했다.

 

자연스러우면서도 기쁘게 그녀를 만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물론 그녀에게 일언지하에 거절을 당하게 될 수도 있지만, 그래도 한번쯤은 고백해봐야 하

지 않을까. 때로는 과감히 포기하고 새롭게 꿈을 꾸는 것도 해 볼만하다. 세상의 반은 여자

, 세상의 반은 남자.

 

* * * * * * * * * * * * * * * *

 

자 여기, 알하나의 알량한 생각을 한번 풀어본다.


단계 1. 캐릭터를 점검하자.

 

혹시 섹시 다엘 여인네는 아닌가?

 

뭐, 섹시 다엘 여인네가 나쁘다는 건 아니다. -_-ㆀ

 

보기야 좋~지.

 

그렇지만 그녀에게 고백하기에 좋은 캐릭이 될 지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엉덩이 삐죽

내밀고 몸을 배배 꼬고 쌕쌕 소리를 내면서 “널 좋아해”라고 한다면 그녀의 비위가 상하게

될 지도 모른다.

 

그녀에 캐릭터에 멋지게 어울릴 수 있는 캐릭터를 한번 새로 만들어 보는 것도 좋을 것이

다.

 

버트,
 
가장 좋은 것은 자신의 애정이 담긴 캐릭터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외모가 중요한 것

은 아니다. 물론 중요한 때가 몇 번 있기는 하지만 오랜 시간을 함께 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외모 보다는 속을 볼 수 있는 상대가 더 좋지 않을까. 자신의 캐릭을 그대로 보여주자.

그녀가 널 기억하는 것은 원래의 캐릭터 일 수 있다.

 


단계 2. 풍광 좋은 장소를 물색하자.

 

장소는 모든 거사(?)를 치르는데 중요한 요소이다!

 

지금껏 아덴 월드를 돌아다니면서 본 아름다운 장소를 떠올려 보자.

 

하이네스 수중정원, 페어리 계곡, 앙헬 폭포?

 

기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아름다운 곳이 좋을 것이다.

 

물이 있는 곳은 긴장을 풀기에 좋고, 예쁜 색깔은 기분을 들뜨게 할 수 있다. 인적이 드문

곳이라면 하얀 글씨로 채팅 창이 모두 내 것인 양 사용할 수도 있다.

 

뭐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말섬으로 가는 배를 타 보거나 초보 시절을 보냈던 고향에 가

볼 수도 있고, 기억에 남는 저렙 때의 사냥터를 찾아보는 것도 나름대로 색다를 것이다. 추

억이 담겨있는 장소에 가면 감정이 쉽게 풀어질 수 있고, 친밀감이 높아진다.

 

초보 때의 막막함이나 전직을 하면서 힘들었던 시간들을 떠올리며 공유할 수 있는 것은 친

밀감을 자아내거나 공유할 수 있는 이야기 거리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몬스터 경기장에 가서 그녀가 좋아하는 숫자를 선택하게 하고 가장 싼 티켓을 2장 사보자.

한 장은 그녀에게, 한 장은 자신이 갖는다. 꼭 1등을 하지 않아도 경주가 시작되기 전까지

기다리면서 이야기를 해 보자.

 

아름다운 장소는 많이 있다. 그 곳을 더 아름답게 만드는 것은 아마 함께할 수 있다는 자체

일 것이다.

 

얼굴이 두껍다면 그녀의 사냥터를 찾아가서 외치기를 해 보는 방법도 있겠지만 그녀에게

OK를 듣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 사람이 많은 곳에서 그녀가 기뻐할 수도 있지만 그녀를 잘

알지 못한다면 이 방법은 별로 권하고 싶지 않다.

 

뭐 아주 독특한 경험을 하고 싶다면, 지룡알현 퀘스트를 하고, 안타라스 앞에 두 사람이 나

서보자. 안타가 나오기 전 5분의 시간을 긴장하며 함께 보내는 것을 어떨까? 안타를 보고

얼른 도망해도 좋고, 아니면 한 방에 장렬하게 죽어보는 것도 나름대로 스릴이 있지 않을

까? 아무튼 안타라스를 본 즐겁고 유쾌한 데이트가 될 수도 있다.

 


단계 3. 선물을 준비해 볼까?

 

선물 살 돈이 없다고?

 

꼭 돈과 연결될 필요가 있을까? A급 무기나 방어구를 준다면 좋을지 모르겠지만, 그걸 준

다고 꼭 좋아할까, 순간의 기쁨 아닐까? 오히려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우리는 가난하고 소심한 플레이어들이다.

 

소심 플레이어를 위한 고백 가이드에서는 당근, 이런 걸 권하지는 않는다.

 

귀여운 헤츨링이나 늑대는 어떨까?

 

35레벨만 되면 두 가지 퀘스트를 모두 진행할 수 있으며, 혼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퀘스

트들이다. 그녀를 생각하며 퀘스트를 해보자. 애완 동물은 그 자체만으로도 귀여움을 독차

지할 수 있으며 서먹함을 풀어줄 수도 있다. 

 

솔직히 별이나 황혼이 같은 헤츨링이나 늑대, 유니콘을 보고, “어머, 귀엽다!” 이러는 않는

여자는 드물다.

 

비싼 아이템을 내 놓으면 그녀가 대번 긴장하겠지만

 

“이 헤츨링에 이름 좀 붙여봐”

 

“개 한 마리 키워볼래?”

 

와 같이 이야기 한다면 어떤 그녀가 쉽게 거절할 수 있겠는가.

 

그냥 건네 줄 수도 있지만, 시간을 내어 함께 퀘스트를 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여자들

은 스스로 선택하길 원하고 스스로 참여하는 데 기쁨을 느낀다. 사실 남녀를 불문하고 그

러하겠지만. 대신 원활한 퀘스트 진행을 위해 미리 정보를 찾고, 위치를 파악해 두는 센스

가 필요하다.

 

만약 비싼 아이템을 받고 입 찢어지게 좋아하는 그녀라면, 다시 한번 생각해 봐라.
견물생심이라고 좋은 걸 보면 가지고 싶은 게 인간이라지만 가능하면 속이 실한 여자가 더

좋지 않을까.

 

뭐, 이런 것에 그녀가 별로 관심이 없을 것 같다면… 아이템 그림은 어떨까?

 

중, 고등학교 때 미술에 별로 실력이 없어도 상관없다.

 

아무리 실력이 되지 않은 들, 아이템으로 바닥에 한 두 글자 이름을 쓰거나 하트 정도를 그

리는 게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쉽게 구할 수 있는 싼 아이템들을 찾아보자. 왜냐고? 그녀

를 기쁘게 해 보겠다고 비정탄으로 그림 그려놓으면 누군가 와서 다 토글해 간다.

 

그냥 가벼운 걸 이용해라. 빈한 살림이라는 것을 뻔히 알고 있다. 사소한 것에 괜히 유세를

부리지는 마라. 아데나도 좋고, 사제에게 갖다 바치지 않은 봉인석을 써도 되고, 창고에 처

박혀 있는 쓰다 남은 무급 정탄이나 철 지난 이벤트 아이템까지 … 찾아보면 많이 있을 것

이다.

 

다만, 이런 것을 쓸 때는 섭따 시간을 잘 피해야 할 것이다.


열심히 드랍해서 그렸는데, 썹따되면 대략 난감.

 

 

단계 4. 백그라운드 뮤직

 

잠시 들을 수 있는 음악은 어떨까?

 

디온 마을에 가면 소리 수정 퀘스트를 할 수 있다. 창고를 찾아보면 이민우의 소리 수정 파

일이 나올지도 모른다.

 

자연의 소리가 들려오는 곳에 가도 좋고, 배경음악이라면 뭐니뭐니해도 아름다운 엘프 마

을이나 수중 정원의 입구도 좋을 것이다.

 

좀 박진감 있는 사운드를 원한다면, 오만의 탑에 있는 천사장을 찾아간다. 철썩철썩 하는

우렁찬 날개짓 소리를 들을 수도 있다. 시원한 물 소리가 있건 사악한 몬스터의 소리가 있

건 취향에 맞는 것을 하나쯤은 고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건 네 머리 속에 더 많은 정보가

있을지도 모른다.

 


단계 5. 멘트를 준비하자.

 

고백의 멘트를 날릴 때, 주의할 점이 있다면

 

‘오타 주의’

 

오타로 분위기를 망치지는 말아라. 그녀 앞에서 모질이가 되고 싶지 않으면 말이다.

 

의외로 이런 모질이 같은 부분을 사랑스럽게 바라보는 여인네들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이건 전~혀 장담할 수 없는 부분이다. -_-ㆀ

 

정 자신이 없으면 매크로에 입력해 놓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물론 매크로 티가 나면 안

되므로 그냥 한 줄씩만 입력해 놓는다. 직접 입력하는 듯이 띄엄띄엄 시간을 맞추어 날리

는 것은 필수. 너무 빨리 하면 티가 날뿐더러 쪽 팔린다.

 

뭐 그리고 적절한 말을 해야겠지.

 

화염의 늪에 데리고 가서

 

“나의 이 용암 같은 뜨거운 사랑을 받아 주셈~” 이런다면 대번에

 

“아휴 느끼 니마 즐” 하고 나올 지도 모른다.

 

얼마나 황망한 순간인가. 그녀의 기분 정도는 파악하는 센스가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너랑 여기 있으니 참 좋다.”

 

이런 가벼운 말 정도로도 그녀에게 다가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여자들이 바라는 것은 거

창하고 부담스러운 말이 아니다. 네 마음을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하는 것, 그거면 충분할

수 있다.

 

진심은 통한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 밖에도 많은 방법이 있다.

 

그녀를 꼬셔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어 함께 플레이를 하며 이야기를 나눠 볼 수도 있고, 그

녀가 주로 플레이 하는 사냥터를 찾아가 우연을 가장한 채 함께 파티 플레이를 할 수도 있

을 것이다.

 

직업이 같다면 노하우를 공유할 수도 있고, 힐러라면 밀대를 해줄 수도 있으며, 그녀가 궁

금해 하는 것을 찾아서라도 알려주는 노력을 해 볼 수도 있고.

 

뭐 의지를 가지고 생각해 본다면 수만 가지의 방법이 나올 수도 있다. 이건 오랜 시간 그녀

를 지켜 본 우리가 더욱 잘 알고, 할 수 있는 것이다.

 


* * * * * * * * * * * * * * * *

 

대략 준비를 해 보았는가?

 

준비를 하고, 날짜를 잡는다. 그녀가 들어오는 시간을 체크하고…


그녀의 생일, 화이트 데이, 크리스마스와 같이 너무 특별한 날을 잡지는 않아도 된다.
그냥 시간이 넉넉한 주말 저녁을 잡아라.

특별한 날은 나중에 그녀와 잘 되었을 때 신경을 써야하는 날이다.

 

혹시 떨리냐? 

 

그렇다고?

 

흠, 그럼 다이스 신에게 한 번 체크를 해 보는 것이 어떨까?

 

주사위를 굴려보자, 1이 나왔나 6이 나왔나?

 

몹을 잡고 떨어지는 아데나가 홀수인가 짝수인가?

 

복권을 사서 좋아하는 숫자를 골라보자.

 

동뼈를 99개 모아보거나 사냥하면서 남보다 나한테 아이템이 많이 들어오는지 체크해보자.

 

혹시 완제가 나온 날은 따봉.

 

봉인 기간에 네크로폴리스나 카타콤에 갔는데, 마몬의 상인이 있었다면 운이 좋은 날일 수

도 있다.

 

그런데 이런 게 무슨 의미가 있냐고?

 

아시겠지만 이런 거 다 의미 없다. ^^;;

 

 

의미는 스스로가 만들어 가는 거다

 

좋다고 생각하면 기분이 좋아지고, 자신 있다고 생각하면 자신이 생기는 것. 때로는 한번

쯤 자신의 소심함을 탈피해 보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자 잠시 쓸데없는 이야기를 지껄였는데 긴장을 풀었나?


하나 바라는 것이 있다면 준비를 하면서 자신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

면 좋겠다.

 

그리고 그녀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 볼 수 있었다면 좋겠다. 그녀의 모습은 네가 상상하는

캐릭터가 아닐 수 있다. 그녀의 캐릭터의 모습이 아닌 그녀의 진실이 네 마음을 이끈 것이

라면 좋겠다. 이렇게 고백을 권하는 것은 뭐 대단한 것은 아니다.

 

물론 한번 말을 하면 이전과는 상황이 달라질 것이다.

 

좋게든 나쁘게든.

 

물론 이렇게 네 정성이 들어간 준비와 관계없이 그녀는 일언지하에 거절할지도 모른다. 그

래도 가슴 속의 말은 한번 해 볼 필요가 있다. 혼자서 상상과 기대를 키워가는 일 만큼 바

보 같은 짓도 없기 때문이다.

 

여전히 환상 속에서 꿈을 꾸고 싶다면, 이런 준비나 시도는 안 하는 게 좋을 것이다. 우리

의 몽상만이 깨어질 뿐이니까.

 

우리의 이런 마음의 고백이 통했다 하더라도 이제 시작일 뿐이다.

 

게임 속의 그녀와 현실의 그녀를 잇는 데에는 더욱 긴 시간이 걸리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그런 것과 관계없이 해바라기만을 하던 시간에서 벗어나 그녀와 함께 생각을 할 수 있지

않은가.

 

우리의 소심 플레이어 솔로들 힘내라!

 

Written by 헬리우스 알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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