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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재미있자고 해 본 것이었는데, 사람들은 글 속에 있는 몇 가지 의미와 단어로 스스로의 생각들을 재구성해서 생각해 버린다. 크, 실패했나?

 

소소한 것을 보기 좋아하는 알하나 함 웃자고 해 본 짓인데, 왜들 벌벌 떠는거지?

 

원문:  L2 세상사는이야기 - 소심 플레이어를 위한 척살 가이드(05-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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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을 하다 보면 소심 플레이어라는 게 답답할 때가 있다.

 

여기 과감히 일탈해 볼 수 있는 거리를 하나 소개하려고 한다.

 

소심한 플레이어라도 살다가 보면 살의를 느끼는 때가 한번쯤은 있다. 그냥 참고 넘어가면 시간이 해결해 주는 것도 있을 수 있지만 미칠 것 같은 상황도 있을 것이다. 현실에서는 할 수 없었던 일, 분노와 증오와 연민을 모아 한번 거사를 치르는 것은 어떨까? 소심해서 안 된다고? 소심했던 당신, 아덴 월드가 아니라면 어디서 해 보겠는가! 현실에서 찌른다고? 정신 차려라.

 

여기 알하나의 척살 가이드를 따라 과감히 나서보자.

 

알하나의 PK 지수는 ‘0’이다. 순진무구 그 자체다.

 

다시 말하면, ‘재미 없는 숫자’라는 거지.

 

PvP가 가능한 게임에서 PK 지수가 ‘0’이라니 조금은 샌님스러운 수치라고 할 수 있다.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보겠다던 알하나 이번엔 카오 불사 가이드에 나서기로 했다. 왜냐고? 자 들어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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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요……”

 

어느 날 알하나에게 온 꽃 분홍색 메시지 한 줄.

 

“저 죽이고 싶은 사람이 하나 있어요.”


“헐, 네?”


 

“척살하고 싶은 캐릭이 하나 있다고요. 그런데 제 캐릭은 나약하고 그의 캐릭은 레벨도 높고 해서 쉽게 그럴 수가 없어요.”


“아, 제가 귓말 상담을 주로 하고는 있지만... 그런 것에 전문이 아닌데요, 번지를 잘못 짚으셨어요. 007이나 척살 단을 찾아 보심이…….”


 

“- - ^, 일단 들어보셈!”


“아, 네. -_-ㆀ 그럼 무슨 일인지 차근차근 설명을…….”


 

“실은……”

 

그 여인네는 꽤나 담담하게 자신의 얘기를 풀어갔다. 얘기인 즉 '척살하고 싶은 대상은 그녀의 옛 남자 친구고, 자신에게 아무런 얘기도 없이 새로운 여자에게 가 버린 그에 대한 원망이 큰 이유인 듯 했다. 게임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만난 두 사람은 급속도로 가까워졌고, PC방을 함께 찾거나 계정도 공유하는 사이였다고 했다. 나이트와 힐러로 나란히 전직을 하고, 현실과 게임에서 많은 것을 함께 나누었던 그에게 다른 여자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는 깊은 배신감으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한다. 물론 스스로 서지 못하고 그에게 의존을 했던 그녀였기에 상실감이 더 크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한쪽의 이야기만으로는 딱히 두둔할 수 없는 얘기였지만 남자 하나 때문에 사고가 흐려진 그녀를 그냥 바라볼 수많은 없었다. 뭔가 조치가 필요하다.

 

알하나의 답은

 

“잊으셈.”

 

“그냥 혼자서 바보 같이 울고만 있기에는 너무 괴로워요. 그렇게 떠날 거면 왜 좋아한다고 한 거죠? 다른 여자를 좋아하면서 저 한테는 왜 그런거죠?”

 

이렇게 말하는 그녀는 쉽게 물러설 것 같지 않았다.

 

“뭐라 말하기 어렵지만, 인연이 아닌가 봐요. 전 연애는 전문 분야가 아니라서…….”

 

친절한 상담사 알하나지만 아무거나 물어보냐 -_-ㆀ

 

“…….”

 

대답이 없다. 뭔가를 말 해 줘야만 할 것 같았다.

 

“그럼.... 떠나간 그 놈을 데려올 순 없겠지만 꼬장질 한번 해 보는 것을 어떨까요?”

 

그렇다. 이렇게 시작된 거다.

 

“근데 꼭 죽여야만 하나요? -_-ㆀ”  알하나는 조심스럽게 물어 본다.

 

“네, 그렇게라도 해야 맘이 좀 풀릴 것 같아요. 울고 불고 따져봐야 소용 없잖아요. 그렇게라도 해야 맘 속에서 좀 날려 버릴 수 있을 것 같아요.”

 

"결투장을 이용하시면..."

 

"......."

 

“흠, 그럼 저희 아이들을 좀 풀어 볼까요?"

 

"......."

 

"아니면 상대방의 호적수가 될 만한 클래스를 섭외해 볼까요? 모르는 사이라도 달려 올 사람이 많을 것 같은데요.”

 

"......."

 

그녀는 긴 침묵 끝에 입을 열었다.

 

“아뇨, 혼자 하고 싶어요.”

 

그녀는 이미 어느 정도 결심을 굳힌 것 같았다.

 

“정 그러시면... 결자해지라고, 맘 속에 감정이니 그러는 게 더 낫겠네요.”

 

왜왜왜, 하고 많은 사람 중에 알하나를 찾아와서 이러는 거냐.

 

내 문제만으로도 머리가 복잡하거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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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당부할 게 있다. 이 비법은 웬만하면 밝은 곳에서는 공유하지 말길 바란다.

 

알하나가 바라는 것은 척살이 아니다. 다만, 구석탱이에 홀로 앉아 눈물을 짜는 여인들을 보고 싶지가 않기 때문이다.


한 방이 죽이는 것을 노린다면 캐릭터가 팬텀 레인저나 호크 아이인 것이 좋겠지만 뭐 척살을 위해 새로운 캐릭터를 키우는 것은 대단한 인고의 세월을 보내야하므로 가능한 현실적인 방법을 찾아보는 것이 낫다. 게다가 '직접'하고 싶다고 하지 않은가. 직접 하는 게 중요한 거다.

 

단계 1. 무기를 업그레이드 한다.
상대방이 70렙이 넘는다면 거의 구렁이가 될 법한 레벨이다. 뭔가 이상하다는 낌새를 눈치채면 상대방의 반격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멋진 A급 무기를 사서 가장 먼저 하겠다는 일이 옛 남자 친구를 찌른다니, 슬픈 일이지만 어떻게 하겠나, 형편이 허락한다면 무기를 업그레이드 해라. 무기를 업그레이드 할 형편이 아니라면 일단 있는 것을 가지고 최선을 다 해보는 것이다. 괜히 남의 것을 빌려서 떨구는 바보 같은 짓까지는 하지 말기를 바란다.

 

단계 2. 물약과 거사일 당일 버프를 줄 사람, 축귀 등과 같이 필요한 아이템을 준비하고 컨텍한다.
버프는 가능하면 바디 6까지 가능한 플핏에게 받도록 하고 줄 사람이 영 없을 경우 기란 성 같이 사람들이 많이 드나드는 마을에서 잘 차려 입은 플핏의 멱살을 잡아 동냥이라도 하도록 한다. 그리고 열심히 사냥해서 모은 메달을 그냥 팔거나 아는 사람에게 주지 말고, 고양이들을 조용히 찾아간다. 가능하면 ‘축귀’를 얻도록 노력해 봐라. 그리고 하나 더, 가능하면 세븐 사인 기간에 열심히 싸워서 고대 아데나를 모운 후 강체를 충분히 사 놓도록 한다. 거기에 필요하다면 강력한 한 방의 대미지를 줄 수 있는 문신도 찾아보도록 한다. 아예 무기에 박을 수 있는 옵션이 있다면 경쟁 보상 기간에 모두 처리해 놓도록 한다.

 

단계 3. 거사 장소를 선택한다.
피스 존이 아닌 가능한 한적한 곳을 선택한다. 사람들이 많이 오는 곳에 다크 레기온을 들고 시뻘건 아이디로 나타난다면 그야 말로 ‘왠 횡재냐’ 할 것이다. 사방에서 쏠리는 화살을 바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네들 입장에서는 굴러들어온 떡일 것 아닌가. 뭐, 이 참에 게임을 확 접어버리겠다 싶으면 가능하면 개방된 장소를 선택하라. 뭐 그럼 작전이 좀 바뀌긴 하지만 초대 명부를 만들 수도 있다. -_-ㆀ
그리고 가능하면 귀환지가 사냥꾼 마을처럼 경비병이 곳곳에 있는 곳이나 키퍼에 가까운 곳에 있는 장소는 피해야 한다. 카오가 된 상태에서 바로 눕게 될 수가 있다.

 

단계 4. 탈출 경로를 확보한다.
그를 죽이고 난 뒤 탈출할 경로를 미리 확보하는 게 필요하다. 그가 쓰러지는 순간은 당신이 바라고 원하던 순간일 수도 있지만, 당장 자신을 생각해야 하는 순간이다. 사람들은 카오 잡기를 즐긴다. 한 순간에 사냥터의 재물이 되는 것이다. 그의 등에 비수를 꼽는 것과 동시에, 당신의 아이디 색을 확인하고, 바로 축귀를 사용한다. 마을에 도착하면, 일단 접속을 끊어야 한다. 사람들이 뜸한 시간, 즉 평일 아침 10시 정도에 다시 접속하여 카오를 풀 만한 장소로 이동한다.

 

단계 5. 이 모든 준비의 대상이며 분노의 상대인 주인공과 약속을 한다.
약속 장소를 알려주고, 시간을 잘 지킬 수 있도록 한다. 약속을 하면서 일말의 의심거리라도 주어서는 안 된다. 상대방에서 뭔가 낌새를 눈치채고 뭔가 준비를 한다면 대략 낭패이다. 평소 보다 더 상냥해야 한다. ‘난 널 괴롭히지 않을 거야 냐옹~’하는 인상을 충분히 줄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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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계 5까지 준비를 마쳤는가?

 

잘 기억해라. 제한 시간은 버프가 지속되는 시간인 20분이다.

 

가능한 최대한 필살기를 써서 그를 죽여야만 한다. 이를 위해 그의 캐릭에 대해서 속속들이 파악해 놔야 한다. 물론, 이미 잘 알고 있을 것으로 안다. 상대에 따라 다르겠지만 당신을 재울 수도 있고, 파콜을 하거나 축귀를 쓸 수도 있으며, 당신보다 더 강한 한 방을 줄 지도 모른다. 뭔가 할 수 없는 사이 그가 도망가면 말짱 헛일이다. 절대 틈을 주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이러한 계획에도 불구하고 역으로 죽임을 당하면, 내내 분할지도 모른다. 그러니 준비만이 최선이다. 결투장에서 열심히 연습을 한다.

 

실감이 나지 않는다면, 아니 생각을 했으나 실행에 옮기기가 어렵다면 극장에 가서 ‘친절한 금자씨’를 본다. 금자의 13년간의 눈물 나는 준비 과정을 본 다면 아무리 소심 플레이어라도 결심이 설 것 같다.

 

준비를 하는 과정에서 혹시라도 '꼭 이렇게까지 해서 죽일만한 가치가 있는 놈인가?’라는 생각이 들거들랑 과감히 포기하는 것이 좋다.

 

이런 의문이 든 다면 별로 가치 없는 일일 수 있다. 이건 결심이 단단히 서 있을 때 실행하는 거다. 아니면, 그저 이렇게 한 번 해 보는 것 만으로도 뭔가 뚫릴 게 있다면 시도해 보는 거다.

 

적어도 ‘아프다’ 혹은 '괴롭다' 라는 것을 한 번 크게 외쳐볼 수 있는 것이다. 아니면 자신이 말하고 싶었던 뭔가를. 물론 이걸 외치라는 건 아니다.

 

물론 이 척살 계획이 실패로 돌아가고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한 채 패잔병 같은 신세가 될 수도 있다. 그래도 그 때는 다시 일어나 웃을 수 있어야 한다. 절대 울지는 말기를 바란다. 최선을 다 했지 않은가. 남에 의존하며 소심하게 해 왔던 플레이처럼 인생마저도 소심하게 살지는 말자.

 

어깨를 펴고, 세상을 향해 당당히 걸어가라!

 

이게 척살 가이드를 쓰는 알하나의 마음이다.

 

P.S. 웬만하면 이걸 보고 실행하는 경우가 없기를 바란다. 게임은 게임인 것이다. ^^*

 

Written by 헬리우스 알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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