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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일 겜 접속을 하지 않았더니 7시 모임이 어느새 8시 모임으로 바뀌어 있었다. 하남에서 사당까지 가려면, 버스타고, 천호역에서 지하철타고, 잠실역에서 2호선, 그리고 사당. 이렇게 가야한다. 사실 복잡한 것 같지만 그리 복잡한 것도 아니다. 아마 1시간 30분쯤 걸리리라.

 

집에서 만화책 한권을 끼고, 6시 10분 정도에 나섰다. 토요일 저녁임에도 버스가 별로 막히지 않는다. 맨날 88만 타고 다녔었는데, 버스를 타고 나서니 기분이 한결 들뜬다. 어쨌든 생각한 시간보다 좀 일찍 사당역에 도착. 7시 35분인데, 모레로 부터의 전화. 첫 통화의 어정쩡함. 들꽃은 유림이를 데리고 오기위해 시간을 보내는 듯 했다.

 

8시가 막 넘어서는 시각, 역 안에서 청바지에 회색 니트를 입은 모레를 만났다. 까만 가죽줄의 목걸이가 눈에 띈다. 목걸이하고 있지? 여느 이십대와 다르지 않은 모습으로 모레는 나타났다. 처음 만나는 나이 든 누나한테 뭔 말을 해야할 지 모르는 듯한.

 

하하, 모레, 반전, 스타 이런 이름을 부르는 것 역시 게임 밖에서는 수월치 않아 보인다. 나 역시 어색함.

 

오기로 한 반전이를 기다리기로 하고, 방배동에 산다는 스타도 불러내기로 하였다. 역 안에서는 아무래도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다. 특히 2호선과 4호선이 함께 있는 사당역 안에서는. 그래서 2호선 사당역 5번 출구쪽으로 장소를 옮기고, 거기서 반전이를 만났다. 다소 마른 체격에 양복을 빼 입은 반전이, 영락없는 샐러리맨 스타일이다.

 

스타는 생각보다 빨리 나왔다. 친구 결혼식 피로연에서 이미 한잔을 한 상태. 눈이 조금 충혈되어 있다. 그봐 어제도 밤 샌거 아냐? 나중에 보니 한석규를 조금 닮은 것 같다. 셔럽이는 전화 자체를 받지 않는다. 어디서 잡힌 거 아냐?

 

어딘가 들어가기 위해 둘러봐도, 사당역 주변, 잘 모르겠다. 5번 출구 앞에서 20분 정도 수다를 떤다. 게임 얘기만을 하여도 넘치는 얘기들. 모험담에, 무용담에 밤을 세워도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얘기들이다. 들꽃 너무하다. 우리 여기서 뭐하라고. 어딘가 들어가 앉고 싶다. 사실 역 앞 가게에서 울려나오는 단조로운 음악이 자꾸만 귀에 거슬렸다.

스타만 빼고는 다들 만나서 저녁을 할 생각이었기 때문에 뭔가 저녁을 먹을 만한 곳을 찾아야 했다. 아무렇게나 들어간 고기집, 자리를 막 잡으려는데, 들꽃으로부터 경기를 데리고 출발한다는 연락이 왔다. 게다가 장소에 대한 아이디어까지. 패밀리 레스토랑 어딘가를 가려고 했다나. 그걸 좀 미리 말하지.

 

잘 됐다 하며, 아웃백으로 자리를 옮겼다. 사당역에 있었구나. 7명이라 하니 자리 안내를 위해 종업원이 다른 일행의 이름을 알려달란다. 우리, 들꽃사랑 모임이예요, 들꽃사랑이라고 메모해 주세요. *^^* 사실, 이름을 몰랐다. 시원한 포스터 맥주에 쿠지베이 칼라마리(한치링 튀김). 이젠 어색할 것 같은 닉네임도 주인을 바르게 찾아간다는 느낌이 들었다.

 

9시 30분경 들꽃이와 경기도 도착. 게임에서 장난꾼 같던 경기는 오히려 말이 없다. 저 원래 말 없어요 상큼 발랄 20대이다. 들꽃이는 안경 뒤로 날카로운 얼굴이 숨어있는 듯 하지만 말 하는 거 들으면 매너 좋은 오빠 같다. 본격적인 썰 풀기 한마당.

 

리니지2에서 키우는 캐릭터가 많은 반전이, 재미있는 이야기를 많이 해 주었다. 근데, 반전아 자꾸 탑 1층에서 돌지말고 당부하건데 엘더 52랩 먼저 찍고 와서 함께 놀더라도 놀자. 여기 저기 쫓아다니느라 바쁜 들꽃이 충분히 혼자하면 벌써 만랩을 찍고도 남았을 것을, 들꽃이가 sp많이 모을 수 있도록 다들 돕자. 크크, 별다른 사고를 않만들면 그게 돕는거지.

 

스타는 어느새 48이 되어 악섬에 들어가 있고, 경기는 51, 조금 빠지기는 하지만 거동엘 드나든다. 아무도 구박하지 않지만 알하나는 아직도 42다. 52만 찍으면 많은 것이 가능해 진다고 하는데, 지금까지 해 온 대로 천천히 그러나 멈추지 않는 길이 되려고 생각했다.

 

몇 가지 저녁 요리, 혈원들 이야기, 낮에 탑에서의 파플, 많은 것들이 안주감이 되어 이야기 하기에 열을 올렸다. 거의 가게가 문 닫는 시간까지 열변을 토하다 자리를 옮기기로 했다. 다음 장소는 낙성대역 근처의 마술 까페다. 지하로 들어간 카페 중앙에는 마술 무대가 자리 잡고 있었다. 이곳에 들른 건 들꽃의 배려 같았다.

 

중간에 담배를 재료로 한 마술을 볼 수 있었다. 무대에 가까운 관계로 몇 가지 트릭을 보게 되어 미안했지만, 그래도 훌륭한 쇼 였다. 젊은 마술사는 시종일관 담배를 펴 대야 했다. 흡사 과학 실험 같기는 했지만 담배 연기를 비누 방울 안에 넣는 것이 가장 흥미로웠다.

 

1시 반이 넘어서는 시간 마술 카페를 파하고 나왔다. 난 들꽃이 잡아준 택시에 올랐고, 나머지는 PC방에 간단다. 게임 상으로만 만나다 직접 만나 얘기를 하고, 사는 얘기를 하고, 구박도 하고, 재미있는 시간이었다. 다들 이렇게 나온다는 게 쉽지는 않을 수도 있는데. 리니지2를 하다보면 간혹 플레이어와 캐릭터를 동일시하며, 눈에 보이는 캐릭터가 그대로 사람이 되어 버리는 경우가 많은 듯 했다. 경기가 나를 보고 게임 속의 알하나 언니 같다고 했다. 난 갸냘프게 생긴 엘프는 아니다. 다만 내가 하는 플레이 속에 내가 녹아드는 게 아니었을까 생각해 보게 되었다.

 

즐거운 시간을 함께 한 이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사진은 순서대로 모레, 스타, 반전, 들꽃)

 

다음 주에 있을 천지혈 전체 현모에서 다들 만나서 즐거운 시간을 갖길 바란다이로써 사당 현모 스케치 셔럽이 상경 환영 모임에 셔럽이는 없었다.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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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헬리우스 알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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