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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v 56)

 

황혼과 여명의 대결에서 황혼이 졌다고 한다.

 

어쩔 수 없이 황혼을 선택했던 알하나는, 패자의 대열에 합류해야 했다. 마을에서 디버프를 받고, 알량한 사냥터였던 네크로폴리스 같은 곳에 출입할 수가 없게된 것이다. 용던 앞도 만원이고, 아덴성도 만원이다.

 

나와 상황이 별반 다르지 않았던 우주정복혈의 친구들이 화염에 늪에서 기다리고 있다며 귓말을 보냈다. 덕분에 화염의 늪 구경을 했다.

 

'시뻘건 배경 쥑인다.'

 



예전엔 빨간색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었는데, 점점 빨간색이 예뻐보인다. 매력적인 색깔. 무채색만을 선호하던 내 평균적인 감성에 조금 위배되었다고 할 수 있다. 요즘은 아무래도 점점 이상해 지는것 같다. 게임을 하고 달라진 뭐랄까... 

 

우주정복의 만만한 야심을 가진이들과 뻘건 화염에 늪에서 뻘건 몹을 잡으며 놀았다. 화력 쥑이고.

 

처음에 뻘건 용암은 못 들어가는 곳인줄 알고 머뭇거렸지만, 이놈의 정복 넘들은 주저하는게 없다. 기냥 달려든다. 흠, 사냥할 수 있는 곳이었구먼. 그런데, 이 용암 위에 올라가서 얼마 있으니 패널티가 붙는 것 같았다. 피도 조금씩 닳아가고. 이 디버프 덕분에 버프 줄이 3줄이나 될 수 있다는 걸 알게되었다. 물론 일반 버프는 여전히 2줄이다.

 

이리 저리 열심히 달려다니며 답사한 화염의 늪, 아직은 알하나에게 좀 이른 곳이기도 하고, '주술사' 한 넘이 1000에 가까운 댐쥐를 날리는 지라 추천하고 싶지 않은 곳이기도 하다.

멀쩡히 잘 싸우다가 플핏이 먼저 나가떨어지고, 어 이게 뭔일? 하는 순간, 알하나도 바닥지기 신세가 되었다.

 

아무래도 caster를 중심으로 어그로 수치가 올라가는 듯 했다. 플핏은 한번에 2800댐쥐를 받고 죽고, 알하나는 867댐쥐를 3방 맞은 뒤 뻗은 것. 사실 너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로그 창에 남은 기록을 보고 알 수 있었던 사실이다.

 

누군가가, '바닥 차갑죠?' 하고 물었지만.

 

'아니 뜨거워... 여기 용암 위거든 ^^;; ' 라고 대답할 수 밖에.

 

우주정복혈은 작지만 있을건 있다.

만렙 엘더의 부활을 받고 일어났다. 예전 같으면 한 번 누을 때마다 가슴을 쓸어내렸을 텐데, 리즈님의 죽음을 너무 많이 봐서인지, 이것도 그냥 재미 중의 하나인지 하고 생각해서 인지는 모르겠지만, 눕는 것에도 그냥 무덤덤해졌다.

 

물론 아쉬운 마음은 하늘을 찌르지만, 사는게 이런 거지 뭐.

늪에서의 죽음과 12시를 바라보는 시간 덕분에 모두 내일을 기약하기로 했다.

 

내일은 사냥터에 대해 철저히 조사한 뒤 알하나님을 모시겠단다. 미안해하지 않아도 되는 것을 같이 하는 사람을 배려하는 모습이 그리 싫지않은 시간이었다.

 

그리고 플레이시간이 짧아서 슬픈 직장인의 비애를 함께 나누며 하루를 접었다

 

Written by 헬리우스 알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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