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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v 56)

 

언제든 바닥으로 떨어질 수 있다.

언제든 튕겨 나갈 수도 있다.

누움의 순간은 왠지 기억하고 싶다.

 


알하나의 체력은 2554이고, 마나 포인트는 895다.

 

마나는 노래 한 곡을 부를 때마다 60포인트가 닳지만 클3 패치 이후에는 3곡 이상을 부르면 20분 안에 바닥을 친다. 그럼 손가락 빨고 있어야 하는 거지.

 

다음 레벨까지의 여정은 91%, 시간당 5-6% 정도를 얻을 수 있다고 가정하면 16시간 정도를 뛰어야 다음 레벨까지 달려갈 수 있는데 알하나 플레이 패턴을 보면 일주일 정도가 걸리 것이다. 물론 이건 매일 저녁 꼬박꼬박 2시간씩 플레이할 때 이렇단 말이지.

 

이 속도라면 스킬 렙이기도 한 다음 레벨인 58까지 가는데 빠르면 2주, 늦으면 더 많은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물론 이 계산은 많은 것을 고려하지 않은 계산으로 말하지 않은 변수들도 많다.

 

게임에 접속할때마다 바로 파티를 만날 수 있는지와 함께 한 사람들의 레벨도 관련 있고, 어이 없이 죽는 사태가 없을 것이냐와 그날 그날의 컨디션과도 관계가 있다. 별 복잡할 것도 없고 재미로 하는 듯한 게임에도 이렇게 많은 변수들이 있다.

 

그래도 우린 지금까지의 경험이란 것에 비춰 이런 정도는 대략 예상해 볼 수 있고, 이 대로 만들어 갈 수도 있다. 흔히 말하는 자기만의 페이스란 게 있잖아.

 

얘기를 바꿔서, 오늘 내가 서 있는 현실의 이곳은 예측 불허의 정글이야.

 

일을 할 때 내 능력치를 보고, 내가 가지고 있는 마나 포인트가 얼마나 되는지를 체크하지. 혼자 일할 때는 이게 좀 간단해. 하지만 파장이 되면 얘기가 좀 달라지거든. 내 파티가 가지고 있는 체력과 마나 포인트를 잘 체크하고 있어야 하지.

 

게임에서는 화면에 내 파티원의 상태가 잘 나타나서 쉽게 확인할 수 있어. 그런데 이게 현실에서는 명확하게 나타나지 않는 때가 더 만거든. 그래서 가끔은 탐정 노릇을 하거나 의사가 되어 질문하고 확인해 봐야해. 안 그러면 누가 언제 쓰러질지, 나가 떨어질지 알 수 없거든.

 

화력이 부족하거나 버프, 힐이 부족하다 싶으면 사람을 더 불러 모아야 할 수도 있고, 한 명을 정해 외치기를 시켜야 하기도 하고, 때론 정해진 파티 안에서 효율을 올리는 것을 강요받기도 해서 멤버를 교체해야 할 수도 있어. 물론 파티의 효율을 높이려고 멤버를 바꾼다면 비 매너란 소리를 들을 정도는 각오해야 해.

 

다음 레벨 업까지의 여정은 명확한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희미할 때가 더 많아. 누구나 이걸 명학하게 하고 가고싶어하지만 항상 시선을 가리는 것들이 어디선가 튀어나오거든. 게다가 잘 보고, 살피고 해도 시간당 얻을 수 있는 경험치가 항상 같지가 않아.

 

게임 속에서는 같은 작업을 열나게 반복해서 통계라는 걸 내기가 쉬운 때가 더 많거든. 그런데 현실에서는 이런 반복을 허락하지 않아. 그래서 훨씬 용의주도해지지 않으면 안 돼.

 

1차 전직을 하는데도 많은 시간을 보낸 알하나가 2차 전직까지 달려갈 수 있었던 건 이런 바보 같은 반복이 적응력을 높여줘서인데, 현실에서 보면 게임이 부러울 따름이지. 게다가 게임에서도 한정된 조건으로 레이드 보스를 잡아야 하거나 불리한 조건에서 혈전을 하거나 한다면 작전이 좀 필요하잖아.

 

근데 이놈의 현실은 항상 무슨 복잡한 조건을 굴비 엮듯이 단 문제가 펑펑 터져. 작전이 좀 많이 필요해. 머리 열나게 굴려야 하고. 어떤 건 시작을 하지 말아야 더 좋은 일도 있지.

 

다만 발 들여 놓기 전에 이게 썩은 다리를 밟는 게 아니길 기도할 뿐야. 정글의 길은 겉으로 보기에는 멀쩡한 다리 같은 게 많기 때문에 제발 내가 이걸 구별할 수 있는  혜안이 있기를 하고 바라기도 하지.

 

게임에는 혈맹이나 동맹이 있잖아. 내가 뭔가 곤란한 경우에 맞닥뜨렸을 때 부를 친구들의 이름이 주르륵 적힌 친구 목록도 있고. 뭐, 꼭 뭐 문제가 생겨야 친구를 부른다는 건 아냐.

 

근데 현실에서도 이런 혈맹이나 동맹이 있음 든든해. 가끔은 알지도 못하는 명분을 위해 헛 짓을 해야만 하는 경우도 있거든. 열나게 힘 빠지는데, 그래도 함께 하는 이들이 있으면 좀 위로가 되잖아. 내가 바른 생각을 할 수 있도록 용기를 돋워 준다면 맘이 더 든든하겠지. 우린 그런 사람들을 생각하며 십자군 전쟁이라도 나갈 수 있을 거야.

 

그래도 전쟁이란 건 슬퍼. 지면 열나고 이겨도 깨지고 아프거든.

 

전쟁을 하고 싶지 않아도 정글이란 건 나를 가만히 있게 놔 두질 않아. 쌈닭 같은 성질을 감추고 살려고 해도 결국은 본질을 드러나게 하고 만다니까.

 

그러다 한번 누울 수도 있고. 이건 역부족인가보다 하고 패스~ 할 수도 있고.

세상 끝나는 것 같아도 어디선 가 75% 부활을 날려주는 이도 있어. 그래서 또 세상은 살만한 곳인지도 모르지. 이것마저 없으면 참 암울하거든.

 

이렇게 살려면 친구 목록을 잘 관리해 줘야 해. 게임에서도 잠수를 몇 개월 타고 나면 친구 목록이 횡 해 지잖아. 그런데 이것도 정신 없이 살다보면 안 되는 때가 더 많아. 어디서 천사처럼 나타나 부활을 해 주고 가는 이가 있을지도 잘 모르겠고.

 

그래서 현실에서는 가능하면 죽지 않으려고 항상 체력과 마나를 체크하고 선몹을 경계하고 있어야 해. 게다가 총알도 장전하고 물약도 챙겨 사냥에 나가야 하겠지.

 

근데 이건 항상 궁금해.

 

이 다굴맞기 좋은 정글에서 나와 내 파티는 적절한 전략과 전술을 가지고 나가고 있는 걸까?

 

그냥 하루를 보내는 게 힘들어져서 지껄여봤어.

 

Written by 헬리우스 알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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