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11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 원래 예정보다는 좀 늦은 시간이지만 혈전에 참여해 보리라 생각을 했다. 어제 보였던 사실만으로는 좀 개싸움 인 것 같지만, 그래도 알아야 면장을 한다고, 경험해 봐야 알지 않겠더냐.

접속하여서 바로 간 곳은 기란 명품관 앞.


 

우리 동맹이 속한 연합이 출발하는 곳이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고 있는지 명품관 앞은 그리 북적이지 않았다. 

파티 매칭을 켜니 바로 초대가 들어온다. 뭐 하고 그냥 서 있었을까나. 내가 있는 파티는 드비안, 레인, 너구리 얼굴 같은 마크의 혈, 도우러 왔다는 무혈, 그리고 내가 속한 천지, 이렇게 다국적 동맹군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이름하여 궁수단. 궁수 5명, 소싱, 블댄, 플핏, 비숍 이렇게 9명으로 구성된 풀파였다. 만랩도 한 명 있었다. 처음에는 부활 경험치 때문에 엘더를 찾았지만 20여분을 기다려도 엘더를 찾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비숍이 참가하기로 하고 간단한 작전 지시와 함께 출발을 했다. 작전 지시라면, 공격은 111, 얼음은222, 이동은 333, 송은 444, 댄스는 555 뭐 이런 류이다. 

알하나가 내심 걱정이 되는지 혈 창으로 들꽃이가
‘보라 아닌지 확인하고 노래 부르라, 왠만하면 칼질은 하지 말아라, 세이프 존에서 노래만 부르라…’ 주문도 많다. 안다, 걱정하는거.

드디어 마을 밖으로 나섰다. 콩딱 콩딱 떨리는 가슴. 근 몇 년을 이렇게 스릴 있게 지내 본 적이 있는가 싶다.
‘니가 언제 그만큼 뜨거운 적이 있었느냐’ 묻는다면’ 기냥 ‘즐’ 해버리겠다. 요즘 어렵사리 피어난 나의 감성을 내안의 이성이란 넘이 짓밟고 있거든. 가끔은 가슴이 시키는대로 하고프다. 

다시, 어시를 중심으로 기란 마을 곧곧을 뛰어 다녔다. 다리를 가도, 고개를 넘어가도 적혈들만 득실 거리는 것 처럼 보인다. 거의 빨간 물결이라고 해야 할까나. 

우선은 분위기 파악 겸 이리 저리 돌아다니기. 그런데 뭔가 하지도 않았는데, 노래 3개 불렀다고 엠이 부족하다. 워터 송을 부르라고 하는데, 워터는 없다.
“걍 헌터랑 윈드만 부를 테니 그리 아세여” 어딜가나 깡패 짓이다. 어쩌다 이렇게 되었는지. 

기란 성 남쪽 문으로 갔다가 고개를 올라서서 첫 번째 공격을 시작했다. 보라 돌이를 타겟으로 한 공격. 음, 달려가는데 이미 스러졌다. 창룡 쪽 캐릭이었나. 역시 궁수단. 이거 넘 쉬운 거 아냐?

우리 뒤를 쫓는 파티가 2파티 정도. 울 파티의 운전인 궁수가 물속에서 활질을 하고 있다. 얼른 달려가서 때리기 시작. 아아, 누군지도 모르는 한 놈을 눕혔다. 어짜피 내가 죽거나 그가 죽거나 인 싸움. 한 방 때린 것 뿐인데 이미 보라, 그리고 보이지도 않는 어디 선가 날라온 화살. 

허미, 고민할 새도 없이 누웠다. 물속에서 눕는 것이 그리 처량한 것인지 첨 알았다. 허리가 뒤로 확 꺽여 있는 것을
… 첫번째 누움. 파티 스테이터스를 보니 벌써 셋이 검은 불이다. 역시 힐러는 제 1 타겟인가 보다. 활쟁이 들은 그래도 원거리서 공격하고, 어디서 쏘는지도 잘 분간이 않되지만 칼질을 하는 알하나는 쉽게 눈에 띄는 적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잠시 후 파티의 비숍이 와서 부활을 해 주었다. 65% 부활, 몇 %면 어떠리오. 

바로 옆에 누운 파원에게 가 보았다. 아
… 내가 저 모양으로 물 속에 떠 있었구나. 다른 이의 모습을 보니 그 처참한 것이 더하다. 잠시 애도, 바로 얼굴색 바꾸고 GO, GO를 외치는 알하나. 약 먹었나 봐. 아직은 비참한 양상으로 빠지지 않아서 그런지 몰라도 눕는 것이 별로 화나거나 열 받지는 않았다. 뭐, 이 마음이 언제 바뀔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2명 눕이고, 1번 누웠으니 나름대로 성과라면 성과. 

혈 창으로는 계속해서 리카와 들꽃이와 모레가 눕는 비명이 들려온다. 어느 새 보면 누웠다고하고, 얼마 안 있다가 또 누웠다고 하고. 아, 답답시려워라. 옆에 있다면 누군지 몰라도 때려라도 주고 싶다.

그리고, 또 열심히 전장의 주변을 맴돌았다. 대부분의 파티가 달려 다니기에 바쁘다. 한 자리에 조금만 지체해도 금세 적혈에 둘러 싸였다. 창룡 마크와 축7섭 마크는 얼마나 많은지. 그 사이에 있으면 울 파티 이름이 안 보일 지경이다. 시간이 조금 지나니 그냥 있는데도 어디선가 화살이 날라온다. 허미, 피가 그냥 막 닳고 있다. 이럴 때는 재 빨리 자리를 피해 나오고. 

좀 더 가서 도착한 곳은 비교적 동맹 혈이 많은 곳이었다. 그런데 한창 전면전이라도 있었는지 누워있는 캐릭이 즐비하다. 허미, 드비안 총군주
‘큐피드’도 누워있다. 

이번 싸움은 그레이 총군이건 드비안 총군이건 둘 중 한쪽 캐릭을 봉해야 끝난다고 했던가. 시간이 지날수록 싸움의 양상이 어떻게 변해갈 지 사뭇 궁금해 진다. 아, 혈전의 상황을 좀 더 자세히 알았더라면 나름대로 더 빠져볼 수 있지 않을까 잠깐 생각해 봤지만, 그 아니면 어떠리오. 어짜피 오늘은 싸우는 날이다. 

한 시간이 좀 더 되었을까. 궁수단의 화력을 바탕으로 둘 정도를 더 눕힌 것 같다. 물론 이때는 달려가면 이미 누워있어서 노래와 달리기에 전력 투구 했다. 파원 몇 명이 12시 40분이 되면 간다고 한다. 기란 남문쪽으로 진출을 하기위해 열심히 가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화면이 까맣게 된다. 말로만 듣던
‘팅’ 이다. 중간에 이렇게 불안정하게 종료된 적은 없었는데, 역시 혈전이 렉이나 팅의 원인이 되는 듯 보였다. 

다시 접속하니, 아 파원들은 안보이고, 갑작스런 파티 초대. 세 번을 거부하고 보니 아
… 우리 혈이 아닌가. 이전 파티 원의 이름이 하나도 기억나지 않다니… 엉겁결에 파티에 참가했다. 이미 12시 35분, 다행히 파쫑 시간이다. 예전 파티를 찾아 미안하다는 말만을 전했다. 잠시동안이나마 호흡을 잘 마쳤었는데, 함께 끝을 내지 못한 것이 영 내 아쉬웠다. 그래도 지금 있는 곳은 나의 혈이 아니더냐. 

아, 반가워라. 들꽃이도, 독존이도 있다. 아, 여기 혈 마크가 다 있었구나. 이렇게 반가울 줄이야. 아니라 해도 한 시간 여, 가슴 졸이면서 다녔었다. 아 이제 누워도 편하겠다라는 안도감마저 밀려온다. 

크리스요정, 들꽃사랑73, 뽀로롱미녀, 천지독존, 체리꼬얌, 프리티여시, ii카오잡이ii, 영원한은실00, 그리고 알하나. 기란 마을 북문 앞을 서성이다 장소를 결투장으로 옮겼다. 울 파티 말고도 xx악xx마xx, 스토리언, 12거야, 게릴라영웅, 게다가 누워있는 신성한엘프전사까지
… 많지는 않지만 반가운 이름들이 보였다. 

‘영원한은실’님은 이미 움직이는 곳마다 적혈에 타겟이 되어 있었다. 결투장 앞에서도 휙휙 화살이 날라와 박히고, 이유없이 쳐 댄다. 

역시 힐러들은 제1의 타겟, 내가 참여한 이후 길지 않은 시간 동안 ‘크리스탈요정’님이 몇번을 누웠는지 세지도 모르겠다. 그 점에서는 조금 덜하지만 들꽃이도 마찬가지고. 

결투장 앞에서 은실형을 따라 타겟을 하나 잡아 열나게 공격했다.
“아, 속 시원.” 나에게 이런 기질이… 알하나는 정탄 장전하여 공격을 시작하니 바로 보라를 타고, 어디선가 화살도 날라온다. 아, 유일한 무기 ‘얼티미티 디펜스’. 그리고 곧장 파콜. 오호, 이런게 있었구나. 다행히 은실형만 눕고, 독존이는 거의 그믐 전 달의 실낫 같이 좁은 피를 남기고 살아 있었다. 헌터 송 덕분에 공격 수치가 달라졌다니, 뭐 기분 좀 업 되고. 

하하, 피가 반 좀 더 줄어 있다. 마을 안에서 다시 전열을 정비하여 결투장으로 향했다. 들꽃의 말에 따라 알하나는 세이프 존에서 노래만 하기로 했다. 마을 주변의 여러 곳을 정탐하기도 하고, 알하나에게 떨어진 명령은
‘윈드 송’을 떨어지지 않게 부르라는 것. 하, 뭔가 할만한 것이 있다는 건 기쁜 일이다. 역시 결투장 앞쪽에서는 이 혈전의 흐름처럼 이유 없는 시비가 한창이다. 활이 그냥 날라오기는 다반사고. 

마지막 창룡혈의 언플로 인해 결국 파티는 다시 파콜을 타고 마을로 들어왔다. 다행히 몇몇 파원의 피가 다 빠져가는 상황에서도 다들 마을로 올 수 있었다. 

재미를 찾아 한 게임이 듯, 이 혈전이 페스티벌 화 되었으면 하면 하는 맘이 간절하다. 공성을 축제처럼. 혈전이라는 것이 말 자체가 싸움이다. 욕도 나오고 비방도하고, 비매너도 나오고. 개인적으로는 별로 열 받고프지 않다. 물론 기분 나쁜 건 사실이다. -_-;

달리 생각하면 켄더 처럼
상대방이 조롱하고 약오르게 하거나 열 받을 만한 욕을하여 이성을 잃게 하는 거다. 상대방이 이성을 잃으면 당연 공격이나 방어에 취약해 지는 거지. 활 쏘기 전에 ‘님을 쳐도 되시렵니까?”하고 물어오는 이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싸움인 게다. 특별히 미화할 필요도 아름다울 필요도 없는 싸움. 다만 이 싸움에서 나는, 우리는 무엇을 보고 갈 것인가, 그리고 우리는 어떤 의미를 얻게 될지, 그것은 이 혈전을 바라보는 이 각각에게 다른 의미로 다가갈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이성을 잃고 싸움에 이끌려 다니는 싸움이 되는 시점이 된다면 그때는 호쾌하게 KIN을 날려볼 수 있는 여유를 잃지 않았으면 한다.

Written by 헬리우스 알하나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