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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 때처럼 버려진 야영지에서 빈 막사 하나에 들어가 '올 마훔 지휘관'들을 신나게 잡고 있었다. 세 놈이 절친한 사이인지 꼭 함께 손 잡고 나타난다. 세 넘 잡고, 막사 주변 한 바퀴 돌며 잡고, 그리고 앉아서 엠탐하거나 피 빨아서 엠 만드는 짓도 한번 한 뒤, 휴식 탐.

 

오늘은 왠 꼬부랑 글씨의 혈 하나가 제조를 잡는다고 그러는지 올 마훔 야영지를 휘젓고 다닌다. 덕분에 심심풀이로 몹도 잡는가 본데, 필드의 몹이 순식간이 없어지고, 영 시끌벅적하다.

 

'아아, 초보 사냥꾼을 위해 몹 좀 남겨 놓으란 말이다!'

'니들은 재미로 잡지만 울 리즈님은 몹이 없다!'

 

말 섬에 있을 때 가끔 ‘제조 제보 바랍니다.’와 같은 외침을 들은 적이 있었다.

 

그런데 오늘 이 외침을 보니 조금의 연민마저도 느껴진다.

본토에 있는 고렙이 제조를 잡으려고 말섬까지 왔다면 오며 가며 차비값이라도 뽑기 위해 제조 서넛은 잡아야 할 것이다. 한 놈도 못 잡으면 뻘줌하겠고, 두 놈 정도 잡으면 위신이 서겠고, 세 놈 정도를 잡으면 조금은 뿌듯할 수 있을까.

 

그런데 이렇게 온 혈을 끌고 왔으니 제조와의 줄다리기도 한참을 해야 할 것 아니겠나.
하여간 이런 연유로 제조와 제조를 잡으려는 혈 사이에 옥신 각신 시끄럽다.

 

평원의 몹들이 이런 휩쓸림에 남아 나지 않으니 리즈님은 막사 안으로 깊숙이 들어가 나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자신 만의 세상으로 자꾸 들어가려는 리즈님, 사실 세상을 좀 달리 보면 그리 빡빡하지도 않은데, 리즈님은 자꾸 그늘만을 찾아 들어가려는 것 같다.

 

그런데 이러한 리즈님의 숨바꼭질을 딱 끊을 만한 사건이 있었으니.

난데 없이 예쁘장한 드워프 꼬마 하나가 막사 안으로 뛰어 들어왔다.

 

“(뽄이) 파초해주세요.”

 

“(나) 엥?”

 

“(뽄이) 파초해주세요.”

 

리즈님 이럴 때면 여김 없이 나를 쳐다보며 슬며시 묻는다.

 

“(리즈님) 파초가 뭐누?”

 

“(나) 같이 파티 플레이 하자는 거지. 초대해 달라고 그러는 거야.”

 

갑자기 생뚱맞게 파초는 무슨 파초.

 

황야에 불시착한 그에게 뜬금없이 다가와 양을 그려달라 했던 어린 왕자처럼 ‘뽄이’는 갑자기 나타나 파초를 하라고 했다.


리즈님이 누군지, 뭘 하는 사람인지 이런 건 전혀 관심이 없는 것 같았다.
그저 파티를 함께 하자고 조를 뿐이었다.

 

황막한 야영지의 막사.
몹이 많이 나오는 곳도 아니오, 위험한 곳도 아니다.
리즈님이 엠탐하면서 간간히 몹을 잡기 좋은 곳일 뿐이었다.
이 곳에 다른 누가 있다해도 서로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었다.

적어도 계산을 할 줄 아는 사람들에게는.

 

그런데 이렇게 뜬금없이 나타나서 파티에 초대해 달라니.

사실 이럴 때 리즈님은 어떻게 대처할까 사실 궁금하기는 했다.

 

"(나) 리즈님 힐러 아니다?"

 

“(뽄이) 파.초.해.주.세.요.”

 

'강.적.이.다.'

 

계속 저 말만 되풀이 하다니. 그런데 놀랍게도 리즈님은 '초대'란 걸 한다.
정말, 정말, 두고 볼 일이야.

 

그렇게 생판 모르는 이와의 사냥이 시작되었다.

 

디급 장비에 가려 렙을 알 수는 없었지만 이리 저리 열심히 뛰어다니면서 투렉의 몹들을 제압하는 것은 그야말로 오랜만에 느끼는 ‘재미’라고 할 수 있었다.

 

얼떨결에 누군가와 함께 해야 하는 상황을 나름대로 잘 받아 넘기고 있는 리즈님,
간간히 ‘힐’도 하고, 버탐이 되어 달랑 2개뿐인 공방이지만 리즈님은 잊지 않고 이 새로운 친구에게도 걸어주었다.

 

난 리즈님의 공방이 절대 허섭한 공방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바디 투 마인드’, 일명 할복 스킬을 써가며 만든 기력을 모아 만드는 공방.

아아주 값진 공방인 것이다.

 

"(뽄이) 감사, 감사 ^^"

 

'이쁜 것, 귀한 건 줄 아는구나!'

 

갑자기 오늘의 목표라도 선 양, 새 친구 데리고 다니기에 취미를 붙인 리즈님.
붉은 색 꽁지 머리의 소녀와 간간히 ‘하하’ 웃으며 투렉을 뛰어 다닌다.
드워프 소녀의 마력인가.

 

오랜만에 리즈님 이외의 누군가와 함께 한다는 것이 영 어색했지만 ‘큭큭’ 거리며 함께 지껄이거나 웃을 수 있는 누군가가 있는 것도 나쁘지는 않았다. 리즈님을 따라다니다 보니 이젠 나 마저 누구와 함께 한다는 것이 어색한 일이 되어버렸다.

 

드워프 소녀 뽄이는 말이 많은 친구는 아니었지만 초보의 소박함을 느낄 수 있게 해 준 친구였다.

 

예전 모습을 잡시 떠올려 본다.
소위 내로라하는 고렙들이 있는 곳...
찬 바람이 쌩 불기도 하고,
걸걸한 말들이 오가며
멱살잡이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인생 다 산 것 마냥 까칠해진 사람들... 그 삭막함이 싫었다.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은 신중하고 조심스럽다.
깍듯하게 남을 배려하고, 자신의 한 마디가 남에게 상처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파티를 잘 이끌어가거나 사냥터를 잘 아는 것도 아니고,
함께 할 때 어떤 것이 더 경제적인지 철저하게 계산하지도 못하지만
이러한 계산 없이 처음 대하는 모.든.것.하.나.하.나.를.소.중.하.게. 대하는,

초보의 묘미는 이런 게 아닐까 싶다.

 

리즈님을 포함한 아덴 왕국의 모든 초보들 파이팅이다. 

 

Written by 헬리우스 알하나 2006.01.27.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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