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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술은 혀를 부드럽게 하고
기억을 흐리게 하며
사람을 무르게도 한다.

 

그리고, 또

반지를 잃어버리게 하고
렙 따를 하게 만든다.
리즈님은 그렇게 당했다.
…….

 


“(나) 리즈님 나 오늘 한 잔 하고프네. 우리 맥주나 한 잔 할까?”

 

“(리즈님) 술은 마공 연마에 지장이 있다. 난 생각 없다.”

 

“(나) 그럼, 그러시든지.”

 

그래서 캔 맥주 하나 따 들고, 가벼운 마음으로 사냥 길에 나섰다.

 

황무지 남쪽 바닷가. 울 마훔 부대가 자리잡고 있는 곳이다.
오늘은 별 신경을 쓰지 않아도 리즈님 혼자 잘 풀어 나간다.
울 마훔 놈들 별 거 아니네. 장교 조차도 리즈님에게 찍 소리도 못한다.

 

어느새 냉장고에서 한 캔을 더 집어왔다.

 

“(리즈님) 혼자서 무슨 청승났누, 그렇게 마시누?”

 

“(나) 오늘 땅기는 걸. 그냥 마시고픈 날도 있는 거지. ”

 

“(리즈님) 밤에 그리 마시면 배 나온다.”

 

“(나) -_-ㆀ 내 사정이야.”

 

그렇지만 술을 낮에 먹을 일은 거의 없으므로 무효.

생활의 스트레스일까, 피곤함 때문일까, 얼마 안되는 양이건만 역시 시야를 흐리게 한다.

 

흠, 한 잔 하고 보니 리즈님 꽤 잘생겼는 걸.

 

생머리에 조각한 듯 오똑한 콧날.

내 코가 좀 더 높았더라면 저런 오똑한 콧날이 전혀 부럽지 않았을 것이다.

을 가릴 듯 말듯한 생머리.

앉은 자리에서도 항상 법서를 치켜들고 있는 손 매도 곱다.

 

역시 귀족 넘은 다르다. 맨날 법서를 저리 쳐들고 있으려면 힘들지 않으려나.

 

“(나) 리즈님, 손이 곱다.”

 

“(리즈님) -_-ㆀ”

 

“(리즈님) 취했누? 오늘은 그만 하자구나.”

 

“(나) 아니 괜찮구먼. 리즈님 오늘 컨디션 좋은 것 같은데 계속 하자. 오늘 기분 짱이다.”

 

“(리즈님) 그렇게 보이지 않는구나.”

 

얼마의 실랑이가 있었을까?

 

글쎄, 기억나지 않는다.

 

(다음 날)

 

에휴, 하루 종일 시체놀이를 했다. 우리 리즈님은 잘 있으려나?

 

“(나) 리즈님, 할랑~”

 

“(리즈님) 괜찮누?”

 

헉, 리즈님이 바닥에 누워있다.

이상하다.

왜 이렇게 된 거지... 이리저리 머리를 굴려보기를 한참.

 

“(나) 리즈님, 도대체 무슨 일 있었어?"

"(나) 왜 누워 있는 거야?"

“(나) 렙따까지?"

 

"(리즈님, 먼산을 바라보는 듯한) ... (  '')"

 

“(나) 엥, 반지도 없잖아! 반지 어디 갔지?”


“(리즈님) 기억나지 않누?”

 

“(나) …….”

 

“(리즈님) 기억나지 않으면 차라리 잘 됐다.”

 

“(나) 힝,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리즈님 통 말을 하려 하지 않는다.

뭔.가.끔.찍.한.일.이었음이 분명하다.

토막토막 리즈님의 말을 통해 추리해 보건데,

 

‘리즈님은 황무지 남쪽 바닷가에서 울 마훔 잘 잡고 있었는데, 바닷가에 있던 레이드 보스 잡자고 리즈님을 내가 막 꼬셨더란다. 뭘 모르는 리즈님, 생각할 새도 없이 내가 레이드 보스를 건드리는 통에 몹 다굴 당하고, 누웠단다. 간신히 부활은 했지만 ... 또 달려가서 때리고. 덕분에 리즈님은 렙업직후 렙따까지 경험하고, 반지 잃어버리고……. 하여간 험한 꼴 당한 거지.’

 

도대체 내가 리즈님을 데리고 뭘 한 건지.

앞으로 리즈님을 어찌 볼 수 있으련지.

 

“(나) 리즈님 정말 미안하다.”

 

“(리즈님) 눕는 게 하루 이틀 일이더냐. 뭐 그걸 가지고 그러누. 반지는 다음 번에 마을에 가면 새로 사야겠구나.

 

“(나) 응.”

 

그 손에 내가 꼭 끼워줄께. 미안해 리즈님.

 

“(리즈님) 이 바닷가가 별로 맘에 들지 않는다. 어디 언덕에라도 올라가 시원한 바람이라도 쐬고 싶구나.”

 

그래, 아마 내가 리즈님이라도 이 곳에 더 있고 싶지는 않을 것 같다. 그래서 우린 ‘바람의 언덕’으로 떠났다. 바람에 언덕에 가서 이 찜찜함을 훨훨 날려 보내야겠다.

 

언덕을 향해 걸어가면서 리즈님을 바라보았다.

 

“(리즈님) 네 친구들이 말하던 무섭다는 게 바로 그것이더냐?”

 

“(나) 아냐, 그때의 무서움은 그런게 아닌데, 아니란 말이야. -_-ㆀ”

 

“(리즈님) 하하하!"

 

“(나) 아니라니까! ㅠ.ㅠ"

 

리즈님을 보니 입이 열 개라도 할말이 없을 것 같다. 쥐.구.멍.없.나.

 

“(나) 잉, 나 갈래. ㅠ.ㅠ 몇 일 동안 나 안 본다고 생각해 줘. 리즈님, 미안스~”

 

“(리즈님) 뭐, 그걸 가지고 간다고 그러누. 영 안 볼 것도 아니면서.”

 

“(나) ㅠ.ㅠ”

 

“(리즈님) 어제 보니 귀여운 구석도 조금 있던데.”

 

“(나) -_-ㆀ”

 

아, 리즈님 앞에서 이미지 완전히 구겼다.

구박에 이어 놀리기까지. 리즈님 미워!

 

Written by 헬리우스 알하나 2006.01.24.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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