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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사냥터에서 많이 듣는 소리이다.

 

“리즈님”

 

“(리즈님) 네?”

 

“저, 버프 좀 부탁...”

 

“(리즈님) 난 위저드일세.”

 

“앗, 죄송. 그럼 =.=”

 

대사 토씨도 거의 틀리지 않는다. 매크로로 지정해 놓을까나. ㅡㅡ^

 

저 ‘죄송’의 의미가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리즈님은 재빨리 마이트와 실드를 걸어준다.

비록 1레벨 짜리에, 상대방이 기대한 것도 아니겠지만 리즈님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한다. 비록 엠탐 중이었다 하더라도.

 

“뭐 하러 엠 낭비해? 그래 봤자 고마워하지도 않는다고. 욕이나 안 먹으면 다행이지. 기력이 딸려서 황무지에서 그렇게 많이 누워보고도 느끼는 바가 없어?”

 

위저드는 엠과의 싸움이다.

 

미련스레 자기 자신을 퍼 주는 리즈님이 측은하여 괜시리 투덜거려 본다.

적과 몹을 대할 때 있어 먼저 죽이지 못하면 자신이 죽게 되는 위저드.

 

위저드에게 있어 엠은 곧 생명인 것이다.

이것을 나눠주는 것은 좀 바보 같다고 생각 한다.

 

어차피 그들이 원하던 것도 아니고, 고마워하지도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리즈님은 그런 것에 대해서 별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지 않았다.

 

얼마 전에 리즈님은 멋진 주문을 하나 익혔다. 이름하여 ‘바디 투 마인드’.

체력을 소모하여 마공을 사용할 수 있도록 엠으로 전환하는 주문이다.

그것도 많은 체력을 소모하여 조금의 엠을 얻는.

 

생소한 읊조림.

평소와 다른 톤으로 주문을 읊조린다.

그리고, 속으로 삭이는듯한 미세한 비명을 삼키며 엠을 만들고 있는 것이었다. 헐.

 

체력을 팍팍 소진하며 아주 미약하게 엠을 채워주는 주문이지만 몬스터를 재우는 주문보다도, 불로 적을 제압하는 주문보다도 더 위저드스런 주문이 아닐까 싶다.

 

리즈님을 만나기 전에는 위저드를 몰랐다.

아마 나도 ‘님 버프 좀’ 했을지 모른다.

거기다 한 술 더 떠서, ‘위저는 어떤 버프 있어요?’ 하고 물어 봤을 수도.

 

자신의 몸을 희생하여서라도 강력한 대미지를 만들어내는 위저드.

 

아주 가끔은 따뜻한 면이 있기도 하지만 날카로움과 깐깐한 리즈님, 아마 위저의 기질을 다분히 가지고 있을 것 같다.

 

이렇게 생각을 하다 보니 리즈님이 조금 무섭게 보인다. 독.한.넘.

 

얼굴이 더욱 파리해진 리즈님,

 

이 주문 덕분에 안 그래도 부실한 자신의 몸까지 축내면서 마공을 연마하고 있다.

멋진 주문이라고는 생각하지만 리즈님의 서늘한 읊조림을 듣고 싶지는 않다.

리즈님이 자꾸 이 주문을 사용한다면 얼마 못 가 쓰러질 것이다.

 

그러기 전에 사냥터를 옮겨야 할 것 같다.

가슴이 쓰려서 저렇게 몸을 축 내는 꼴을 더 이상 볼 수가 없다.

에효, 또 사냥터를 조사해 봐야겠구나.

 

Written by 헬리우스 알하나 2006.01.27.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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