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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매.한.기.품.의.리.즈.님.

 

이건 사실 비밀인데, 리즈님의 그 고매한 눈길이 마을만 오면 바빠진다.

저 멀리 하늘을 응시하는 듯 하지만

항상 계단 아래 쪽에 앉아 마을에 오가는 여인네 감상하고 있다는 걸 난 알고 있다.

 

따지듯 물어본적도 있지만 대답은 아주 그럴싸하다.

여인네들은 모두 최고의 대접을 해야한다나?

하기야 언제 나한테 말로 질 인물이더냐!

 

사실, 말섬부터 알아본 사실이지만

말섬을 떠나 올 때 무공을 가르쳐 준 스승은 안 찾아 갔지만

스치며 지나친 여인네들과는 모두 애틋하게 석별의 정을 나누고 오더라.

 

리즈님의 친절함에 여인네들 열에 아홉은 다 지 좋아서 그런 줄 안다.

나중에 어떻게 수습을 하려는지.

이 귀족 넘은 그게 바.람.기.라는 걸 모르는 것 같다.

 

나한테도 좀 친절해 보지!

아주 머리 위에 이고 다닐 텐데.

에혀 내 신세여!

... ...

 

리즈님의 재정 상태가 바닥으로 치 닿았다.

 

리즈님이 사용하는 물량이 워낙 많은지라 벌어서 대기는 애즈녁에 틀렸고, 또 어디서 융통해 와야 하는 것이다.

 

“(나) 리즈님, 잠깐 다녀올 데가 있다.”

 

“(리즈님) 함께 가자 구나. 요즘은 널 혼자 보내는 것이 영 편칠 않구나.”

 

“(나) -_-ㆀ 편칠 않긴! 혼자 있기 싫어서 아냐? ㅡㅡ^”

 

“(리즈님) 왜 편치 않은지 이유를 들어보랴?”

 

“(나) 아니, 아니, 같이 가. -_-ㆀ”

 

같이 가서 좋을 것 하나도 없는데.

창고지기 아저씨를 만나고, 화물 아저씨도 만나 안부를 물고, 돈도 좀 받았다.

 

"(나) 아저씨 고마워요."

 

“(리즈님) 웬 돈이누?”

 

“(나) 리즈님 축마 살 돈이지.”

 

“(리즈님) 내 인벤에 있는 것은 어쩌고 그러누?”

 

“(나) 리즈님 인벤은 나무 조각이나 뼈조각, 숯조각 이런 것 몇 개 밖에 없다구. 뭐 돈이 되는게 있어야 내가 팔아다가 축마라도 마련할 거 아냐.”

 

“(리즈님) …….”

 

“(나) 지금까지 리즈님은 완전한 적자라고. 이런 말 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하는 수 없이 하나 누나한테 편지를 보내 돈을 보내 달라고 했다구.”

 

“(리즈님) 그녀가 누구더냐?”

 

“(나) 기억 안 나셔? 지난 번에 뭐 슬픈 눈을 하고 어쩌고…… 하며 나한테 물어 봤었자너. 그 분이 하나 누나라구.”

 

“(리즈님) 그녀가…….”

 

“(나) 아무튼 리즈님 잘 모시라고 보내주신 돈이야. 마공은 열심히 연마하고 있느냐고 편지에 덧붙이셨던데.”

 

“(리즈님) 아, 서늘한 눈매를 가진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할까 항상 궁금했었는데, 그녀가 나를 알고 있었구나…….”

 

“(나) 리즈님, 여기서 기다려. 상점들 다니면서 필요한 물건들이랑 축마랑 사가지고 올게.”

 

“(리즈님) 그러도록 하려무나.”

 

흠, 같이 간다고 안 하네.

 

요즘 여기 저기 나를 보호하겠다고 하더니 마을만 들어오면 그럴 필요가 없는가 보다?

리즈님은 마을 중앙 계단에 앉아 저 멀리를 바라본다.

 

마을 구석 구석 돌아다니면서 신기한 물건이 없나 구경도 하고, 물약 상점도 들리고, 마을에 늘어선 개인 상점에서 축마도 샀다. 아 뿌듯해. 간당간당 떨어져가는 축마와 리즈님의 인벤을 보며 얼매나 가슴을 졸였는지.

 

리즈님은 본인이 어떤 식의 소비를 하고 있는지 별로 관심이 없는 것 같다. 맨날 마공 연구에만 몰두하고 있지 그 넘의 마공이 빵구나지 않게 하기 위해 내가 부지런히 축마를 채워 넣는 것을 아시기나 하실지. 아무튼 여유 자금을 조금 받아두었으니 당분간은 좀 마음을 놓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엘프의 숨결로 만든 ‘엘븐 링’도 하나 샀다.

이래 저래 펑펑 지르기를 하고 나니 숨통이 팡 트이는 것 같았다. 역시 쇼핑은 즐겁다.

좀 비겁하긴 하지만 이로서 지난 과오를 모두 씻는 것이다.

 

‘음 하하하.’ 빨리 가서 리즈님에게 줘야지.

 

“(나) 리즈님!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고 있는 거야, 오라고 불러도 답도 없고."

 

한참을 불러서야 리즈님은 고개를 돌렸다. 무슨 생각을 그리 깊게 하는 걸까.

 

“(나) 쇼핑 다 끝냈어. 오랜만에 마을에 나오니까 참 좋다. 아, 활기찬 마을이여.”

 

“(리즈님) 그녀를 만나고 싶구나.”

 

“(나) 생뚱맞게 갑자기 무슨 그녀 타령! 이번엔 또 어떤 처자가 누구?”

 

“(리즈님) 성에 있던 그녀 말이다.”

 

아, 리즈님은 지금까지 하나 누나를 생각하고 있었던 걸까?

 

“(리즈님) 한 번 만나고 싶구나…….”

 

“(나) 리즈님 마공이 혁혁하게 높아지면 혹시 기회라도 한 번 생길까나…….”

 

무심코 던진 얘기인데, 리즈님은 여전히 심각한 상태에 빠져있는 것 같다.

이젠 아주 자신의 운명의 여인이라도 되는 듯 그윽한 눈빛을 하고 저 멀리를 응시한다.

 

'지난 번과 같은 눈빛...저런 눈빛은 싫다.'

 

누군가를 향한 눈빛이라는 걸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다.

 

이야기도 제대로 나눠보지 못한 사람을 그리워하다니, 그것도 어렴풋한 옆 모습만을 보고도 연민에 빠질 수 있는 걸까?

 

이제는 리즈님과 좀 친해졌다 싶었는데, 오늘은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다. 알다가도 모를 저 넘의 귀족 넘 속. 리즈님의 생각은 리즈님의 자유이거늘, 은근히 화가 나는 건 뭐지? 질투? ‘피식~’ 말도 안 돼. 입에서 헛웃음마저 흘러나온다.

 

아휴, 모르겠다.

 

“(나) 리즈님, 우리 사냥 떠나자. 해가 중천이다.”

 

“(리즈님) 그러자구나.”

 

우린 사냥터까지 가면서도 별 말을 하지 않았다.

보통은 하루 동안 일어난 일을 번잡스레 풀어내던 나였지만 별로 떠들고 싶지 않았다. 

가끔은 재미난 이야기를 들려주던 리즈님도 조용하다.

 

이제는 함께 한다는 것이 그리 불편하지 않게 되었는데 뭔지 모를 서먹함이 싸고 도는 것 같다.

리즈님에게 주려고 샀던 엘븐 링, 아까 살 때는 막 달려가 주려고 했었는데 지금은 별로 그러고 싶지 않다. 별 의미가 있는 반지도 아니건만 아무튼 오늘은 아닌 것 같다.

 

우리는 오크들이 군집해 있다는 투렉 야영지로 갔다가 오크들이 리즈님의 불 마공에 상당한 내성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느린 걸음을 옮겨 올 마훔이 야영을 치고 있다는 올 마훔 야영지까지 갔다.

 

평소 움직이기를 싫어하던 리즈님, 웬일인지 순한 양처럼 따라 나선다. 이렇게 긴 여행 끝에 도착한 울 마훔 야영지, 황무지 남쪽 바닷가에서 봤던 몹들인지라 그런지 리즈님은 혼자서 탐색전을 펼치더니 이내 막사 하나에 들어갔다. 달려가서 보니 아늑한 곳이다.

 

리즈님은 이곳이 마음에 드나 보다.

먼 길을 여행해서인지 리즈님도 나도 피곤하다.

리즈님과 나는 내일 사냥을 위해 쉬기로 했다.

 

내일부터는 올 마훔 야영지에서 우리의 모험을 시작해야겠다.

 

Written by 헬리우스 알하나 2006.01.25.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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