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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것은 힘든 것이구나’ 를 넘어

‘바쁘니 리즈님을 볼 수 없어 안타깝구나. 에효.’

오늘은 꼭 리즈님을 만나고 말리라.

 

“(나) 리즈니~임!”

 

“(리즈님) 어디 달나라라도 다녀왔누. 널 기다리다 목 빠지겠다.”

 

“(나) 미안 넘 바빠서. 아니 바쁜척하고 살려다 보니......"

 

"(나) 죽을 죄를졌사와. 리즈님을 놔두고 바쁘다는 핑계를 대다니.”

 

“(리즈님) 핑계 없는 무.덤.이.있.겠.누!”

 

“(나) 흐미, 무.덤. -_-ㆀ. 그렇다고 나를 향해 불덩이를 날리지는 말아줘. 크리 터지면 난 원.샷.다.이.야!"

 

"(나) 그런데, ‘목 빠지겠다’는 건 날 보고 싶었다는 거야?”

 

“(리즈님) 늦어서도 말이 많누. 나서자꾸나.”

 

“(나) -_-ㆀ. 알았어요, 가요.”

 

어디 보고 싶었다고 말하면 혓바늘이라도 돗나? ㅡㅡ^

물어본 내가 바보지.

리즈님과 있기를 하루 이틀이더냐!

 

“(나) 리즈님, 오다가 보니 아덴 월드에서 무슨 이벤트를 하고 있다네. 사냥터에 가면 뭔 조각이 떨어지는데, 맞추면 하트가 된데.”

 

“(리즈님) 그것은 뭐에 써먹는다니?”

 

“(나) 마을에 있는 고냥 한테 가지고 가면 뭔가를 준다지? 그런데, 이거 맞추면 예쁜 하트가 나타나서 사랑을 고백할 때 쓸 수 있다네.”

 

“(리즈님) 그게 뭔지 어디 직접 가서 확인하자구나.”

 

리즈님과 오랜만에 경쾌한 발걸음을 옮겨 사냥터로 갔다.

그래, 가끔은 이렇게 뜸하게 나타나야 하는거다!

맨날 시간지켜 꼭꼭 오니까 내가 무슨 지 하인인줄만 알고 당연하게 생각하잖아.

 

크크, 원래 전혀 의도한 바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리즈님이 기다렸다지 않은가.

아... 그래도 억지로 그럴 순 없을 것 같다.

뜸을 들이기에는 리즈님이 너무 보고프다. - -

 

리즈님 사냥터에 도착하여 가볍게 몸을 풀고 있다.

아무리 어려운 상황이어도 익숙해 지기 나름인가 보다. 음률을 타는 듯 허공을 향해 내지르는 저 숙련된 손 동작과 은은한 읊조림, 그리고 살짝 피하는 가벼운 몸 놀림까지 역시 리즈님이다.

 

이 모습을 보고 싶어서 난 그렇게 갈증 나 있었나 보다.

 

이 넘의 몹 들이 아무리 친구 몹하고, 손 잡고 따라와도 리즈님의 재빠른 공격과 깊은 잠으로 보내는 주문 앞에서는 매가리가 없이 뻗어 버렸다. '흠, 별거 아니군.'

 

우울한 듯 무겁게 보였던 리즈님은 몇 일 사이에 한결 날렵해져 있었다.

진짜 수련을 하긴 하나 봐. 나 없을 때는 맨날 놀고만 있는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닌가 보다. 몹을 잡으면서 하나씩 떨어진 조그만 유리 조각을 모아 갔다. 리즈님과 잠시 휴식을 취하며 맞추어 보니 조그마한 사랑의 표식이다. 예쁘다.

 

아, 이젠 사냥터 어딜 가도 생기가 돈다.

 

리즈님의 업 된 기분을 따르다 보니 따뜻한 봄날 공원에서 솜사탕을 얻은 아이마냥 기쁘게 들뜬다. 긴 겨울을 지낸 후라 그럴까, 훈훈한 기운에 봄이 느껴진다. 둘이 다니는 넘들을 봐도 그냥 그러려니 하기로 했다. 한.창.좋.을.때.구.나.

 

6시에 약속을 하면 3시부터 즐겁다고 하였던가.

리즈님은 약속을 한 소년 마냥 뛰며, 몹을 녹인다.

오랜만에 판타스틱 이펙트, 굳이다.

 

“(나) 리즈님, 왜 이렇게 신났어?”

 

“(리즈님) 그렇게 보이누?”

 

“(나) 응, 아무래도 수상해. 나 없는 사이 뭐 잘못 먹었어?”

 

“(리즈님) 아무래도 느낌이 좋구나.”

 

'무슨 느낌이 좋다는 걸까?'

 

궁금했지만 저렇게 선 문답처럼 던지는 리즈님의 답은 다시 묻지 않는 것이 신상에 좋다는 걸 난 이미 알고 있었다.

 

기다려 보는 거지. 요즘 와서는 새삼스런 일도 아니다.

 

뭔가 삐리리한 느낌이 올 즈음에야 난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저 멀리서 싸뿐히 걸음을 옮겨 리즈님에게 다가오고 있는 이를 뚜렷이 볼 수 있었다.

 

깊고 날카로운 눈매에 아름다운 노래를 당장 불러댈 것 같은 작은 입술, 게다가 눈부시게 하얀 옷을 입고 있었다. 긴 지팡이를 들고 있는 그녀는 저 멀리서도 가히 눈에 띄었다. 바람에 살짝 날리는 치마자락마저 분위기가 다르다.

 

설마 리즈님에게 오는 것은 아니겠지.

 

그런데, 그 여인네가 멈춰 선 곳은 다름 아닌 리즈님 앞이다.

게다가 리즈님과 인사를 나누는 것이 아닌가.

아아, 뭔가 이상하다.

내가 없는 사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이지?

리즈님의 뒤는 내가 졸졸 따라다니건만 내가 모르는 누군가가 리즈님을 아는 채 하다니…….

 

“(나) 리즈님 누구야?”

 

리즈님은 그녀와 이야기를 하느라 내 이야기 같은 것은 별로 안중에 없는 듯 했다.

뭐, 이런 썩을 귀족 넘이 있어. 답 정도는 해야 할 것 아냐. (버럭)

 

“(나) 리.즈.님!”

 

“(리즈님) 아, 왜 그러누?”

 

“(나) 누가 왔으면 소개 정도는 시켜줘야 하는 것 아냐? 맨날 몸에 잡힌 예절의 리즈님이 오늘은 좀 루즈하네.”

 

“(리즈님) 하하하.”

 

“(그녀) 실렌이예요. 리즈님의 친구죠.”

 

리즈님이 답을 하지는 않았지만 그녀는 스스로를 가볍고 당차게 소개했다.

 

그녀는 꽁하니 달려든 나와는 달리 가슴 속에 넓은 호수라도 가지고 있는 듯 맑고 부드러운 목소리를 가지고 있었다. 얄상하게 뻗은 귀, 쭉지가 길고 얼굴이 아릿따운 그녀는, 절망적이게 목소리마저도 따뜻함이 묻어 나왔다. 정말 세상은 왜 이리 울퉁불퉁한 것이야. OTL.

 

리즈님이 들떠 있었던 이유가...

 

그래 한 번 쯤 그녀의 이름을 들은 적이 있었던 것 같다.

이름 마저 정취가 풍겨 나오는구나.

 

아... 간간히 이야기를 나눈다는 그녀가 이렇게 직접 리즈님을 찾아올 줄이야.

'뭔가 잘못됐어... - - '

 

리즈님은 마치 오랜 친구를 만난 듯 선한 웃음을 띄며 이야기한다.

게다가 꾸러미 안에서 아까 맞추어 놓은 작은 조각까지 내밀어 보인다.

뭐가 재미있는지 웃는 모습들이란.

 

리즈님이 기뻐하는 구나.

리즈님에게 기쁨을 주는 사람이라.

리즈님과 상냥한 그녀의 한 마디에 뾰족 나왔던 입을 집어 넣을 수 밖에 없었다.

 

봄 기운이 가득한 해안가 평원, 리즈님과 실렌은 함께 사냥을 하러 갔다.

인간의 마공과 엘프의 마공, 둘의 마공이 함께하여 하나의 하모니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딱딱 맞는 구만. 몹이 힘을 못쓰고 쓰러진다.

 

한 때는 내가 없으면 전혀 설 수 없을 것 같았던 리즈님은

어느새 점점 자신을 만들어 가고 있었나보다.

 

노을 지는 해변으로 두 개의 그림자가 스치듯 비껴간다.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질투의 화신이라도 강림하실 듯 했는데, 이상하게 그냥 물 흐름의 고요함 만이 밀려온다.

 

언제부턴가 시작된 리즈님의 무.서.운.질.주.

 

그 뒤에 있었던 것이 바로 그녀였구나.

고독만을 사랑할 것 같은 리즈님, 그 곁에 누군가가 서게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리고, 혹시라도 그 옆에 누군가가 있게 된다면 그건 아마…… 아아.

 

따뜻한 기운이 주변을 감싸 봄 색이 만연하다.

하지만 나의 겨울은 아직 끝나지 않은 것 같다.

피곤함이 몰려온다.

 

Written by 헬리우스 알하나 2006.02.07.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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