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지나가거나 옆을 지나는 이는 한 마디씩 한다. “어이, 하나님 오늘도 탱이네요.” “하나님, 수고 많으세요.” “나중에 또 같이해요.” “어 오늘은 여기서 하시네.” 키스의 캐릭은 여자이다. 여기서 하나는 알하나의 하나가 아니다. ㅡ.ㅡ; 하나키스의 ‘하나’이지.
악섬의 날들이란 꾸준히 플레이하는 게이머들에겐 그리 긴 날은 아닐 것이다. 경험치를 목적으로 혹은 구경차라도 왔다가 한 번 발을 들이면 나가기 힘든 곳, 쳐키의 인형과 같이 식칼을 들고 설쳐대는 세이튼 때문에 처음은 조금은 공포스럽기도 하지만 넣은 돈 보다 많은 잔돈을 거슬러주는 고장난 자판기처럼 쏟아져 나오는 졸개 인형들은 실로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존재로 자리잡게 된다.
대략 이쯤이면 악섬 폐인이란 말이 어울릴 정도가 된다. 물론 그만큼 렙업도 빠르지만 꽉 짜여진 파티 속에 오직 자신의 역할만을 충실해 해야하는 곳이기도 하다.
파티 원의 역량을 파악하며, 몹들을 꾀어내어 진두에서 나서서 지휘하는 탱이야 말로 장시간의 파티의 흐름을 좌우하는 큰 열쇠가 된다. 이 탱에 따라 원활한 퍼팩트 플레이와 파원 몹사의 순간이 갈라진다 하여도 과언이 아닐 것이라.
어제 본 키스의 플레이, 카리스마 짱 플레이이다. 한번 파티를 해 본 사람이라면 아마 잊을 수 없으리라.
그에게는 몇 가지 원칙이 있다.
자신과 함께 플레이를 하면 노정탄이다. 자신 이외에 다른 파원이 몹의 타겟이 되는 것을 피한다. 특히나 힐러들은 끔찍하게 보호한다. 덕분에 다른 어떤 버프보다 엠파워와 블실만을 유독 고집하는 키스. 보통 때면 하나 둘 타겟을 잃고 설쳐대는 몹들은 나머지 전사를 위해 남겨줄 수도 있으련만, 경제 플레이를 아는 키스는 이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자신이 눕더라도 파원이 눕는 건 수치로 여기는 듯하다. 이런 고집스러움 때문에 가끔 다굴을 맞고, 진절머리 나는 찬 바닥에 누워있어야 하는 순간을 더욱 많이 맞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키스의 당부에도 불구하고 플레이하면서 정탄을 안 쓸래야 안 쓸 수가 없었다. 키스의 피가 확확 닳는 것을 보면 걱정이 되어 정탄 키를 열나게 눌러댈 수 밖에 없었다. 악섬에서 파티한 날 중 가장 빠른 진행을 한 날이 아닌가 싶다. 몹당 경험치는 다른 날 보다 적게 얻었는데, 키스의 거치고 빠른 플레이는 이러한 흐름 마저도 끌고 나아가는 듯 하다.
탱을 한 이후로는 값나가는 잡템을 한번도 안들어왔다며 맨날 투덜거리기는 하지만, 게다가 그런 잡템들이 나올 때마다 탱을 파하겠다고 으름장을 노는 그이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뱉어놓는 이도 하나 없는 삭막한 파티 속에서도 탱의 임무는 계속된다.
한가지 어제 안타까운 것은 기본적으로 축마탄 정도도 준비하지 않고 자리를 차지하며 탱을 눕히는 힐러를 보니 조금은 씁쓸하다. 또 그것의 희생양이 키스가 되어서 더욱 기분이 좋지 않기는 했다. 힐러의 축마탄 사용에 대해 별로 생각해 볼 기회가 없었는데, 정탄이나 축마탄은 함께 플레이하는 사람들을 위한 기본적인 배려라는 생각을 해 보았다.
배려라는 것은 굳이 크지 않더라도 기본적인 준비만이 된다면 가능한 것을…
악섬에서 49번을 누웠다는.
그넘은 멋있었다. 머리 꼭대기에 “지혜사랑해”라고 멘트까지 봐꿔 달고 나타나 내기에 이겨 돈 벌었다고 웃던 키스는, 오늘 또 어디에선가 작업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썩 멋있는 넘 같다.
Written by 헬리우스 알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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